한국일보

탈북난민 이애란씨 강연을 듣고

2004-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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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플러싱 영빈관에서 탈북난민보호협의회(대표 손영구 목사) 주최 이애란씨의 북한실정 보고를 듣고 6.25사변 전, 김일성 정권시대와 김정일 정권시대와는 너무나 현격한 변화와 차이가 있어 가혹한 탄압과 북한 주민의 참상을 듣고 이 곳에 모인 뉴욕동포들은 비통과 울분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애란씨의 실토를 통해 저들의 참상을 열거해 보겠다.
첫째, 8.15해방 직후부터 즉 소련군 점령 군정 하에서부터 저들은 인민을 탄압하고 감시하기 위해 이조시대의 오가작통(五家作統)을 방불케 하는 감시기관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 제도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 제도를 모방하여 그런대로 형식은 갖추었으며 변호인은 법정에서 검사와 공방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는 피고인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직분을 가진 변호인이 검사에 대들기는 커녕 검사의 논고에 장단을 맞추어 조연 노릇만을 한다는 것이다. 점점 사태가 악화되자 이제는 범법자를 재판도 하지 않고 시장마당에 매달고 교수형에 처하거나 총살하여 며칠씩 시체를 매달아 인민들에게 공포정치를 한다고 한다.


둘째, 북한에서는 너무나 먹을 것이 없어 밭에는 보안원(경찰)이 무장하고 밭을 지킨다는 것이다. 식량도 말로 사지 못하고 기껏해야 되박으로 사다 먹고 대부분 인민들은 한 홉, 두 홉씩을 겨우 사다가 죽을 쑤어 먹는단다. 심지어 어떤 가정의 아이들은 쥐를 잡아 열심히 뜯어먹는 것도 보았단다.

셋째, 북한에 들어오는 모든 외화나 원조물자, 식량 등은 일단 김정일 직속 재정관리소에서 관장하고 식량 등은 시중에 팔아 잡곡으로 나누어 그 중 일부를 배급주고 대부분 정부에서 떼어먹고 외화도 자기네 마음대로 정한 환율로 북한 화폐로 교환해 주고 대부분 속임수로 다 뺏어먹는다.

넷째, 북한에서는 마음대로 여행도 할 수 없고 여행증이 필요한데 고위층 외에는 여행증을 내주지 않아 탈북자들은 보안원에게 검문을 당하면 ‘배급 타러 간다’고 속이거나 돈 몇푼 슬쩍 쥐어주면 통과시켜 준단다. 또 북한의 청소년들은 발육기에 먹지를 못해 남한 청소년들 보다 평균적으로 키가 작을 뿐더러 몸무게도 절반 이하로 왜소한 민족으로 낙후해 간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북한의 인민들은 굶주림의 죽어가는 이 시점에도 북한정권은 아랑곳 없이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하면서 모든 것을 군이 주동이 되어 핵무기, 화학무기, 중무기 개발과 유도탄 개발 등 군비 증강에만 열중하고 있다.

남북장관 회담 같은 것은 저들에게는 안중에도 없고 회담장은 비료, 식량원조, 기타 구걸하는 장소로만 이용하고 있으니 남한 정부나 정치인들은 이에 속지 말고 정신차려 저들의 속심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어째서 경협이나 이산가족 상봉 면회는 합의 하면서도 군사회담에는 확답을 안 하는가. ‘군부에 건의해 보겠다’니 말이 되는가.이것이 바로 북의 선군정치의 물증이 아닌가. 모든 것은 군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남한의 젊은이들이여,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70대 이상의 어른들의 경험과 지식을 배우고 정신 차려야 한다.조국의 운명은 당신들의 손에 달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84세의 노인이 우국충정에서 하는 말이다.


라정순(뉴욕장로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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