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2004-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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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사람들이 끼니 때마다 무얼 먹을까 걱정들을 많이 한다.

쇠고기를 먹자니 광우병이 염려되고, 닭이나 오리고기는 조류독감이 문제이고… 그렇다고 해서 돼지고기를 먹자니 몸에 좋지 않은 비계 투성이다. 이래저래 따지고 보면 마음놓고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몸에 좋다는 바다 고기도 바닷물의 오염으로 먹기가 께름직하고 야채, 과일류도 화학비료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원천인 동물이나 채소를 자연 발생적으로 길러 맛있게 요리해 먹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믿을 게 없으니 어디 무서워서 뭔들 안심하고 먹겠는가.


닭만 보아도 움직이지 못하게 적은 공간에 넣어 사료, 영양제를 주어서 살을 찌워 불과 몇 주만에 인공으로 새끼를 낳게 하고 있으니 먹기도 겁이 난다. 물론 맛도 예전에 비해 어림없다. 옛날에는 쇠고기국이나 닭으로 만든 도리탕, 생선구이나 조림 등은 얼마나 맛있었는가. 순 자연산으로 식탁에서 우리들의 입맛을 돋구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자칫 잘못 병든 고기나 생선, 야채, 과일을 먹으면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려 생명을 빼앗길 수가 있다. 이유는 육식 경우 인간이 버린 소나 돼지, 닭의 살을 같은 동물에게 먹이로 주어 병에 감염된다. 이것을 인간이 또 먹게되니 부작용이 나는 것이다. 생선류도 양어장에서 기른 경우 수은이 들어있어 인간의 몸을 해치게 마련이고 야채, 과일도 유전자 조작 등으로 어느 것 하나 믿을 것이 없다.

다시 말하면 지금 병든 음식물의 대부분은 배경이 모두 인간이 저지른 죄의 결과이다. 그걸 가지고 인간이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육식의 원천인 동물에게 인간은 먹이로 같은 과
(科)를 사료로 주고 인간은 또 그 화근을 먹는 어처구니없는 악순환이다.

돈에 눈이 어두워 인간이 모든 육식동물이나 채소, 과일들을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게 기르다 보니 그 결과가 다 인간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저지른 행위에 의해 인간이 그 대가를 철저히 받고 있다고나 할까.

결국 인간이 동물에다 병 주고 동물이 인간에게 병 주고 함으로써 인간이 광우병, 뇌막염, 조류독감 등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인간이 저지르는 나쁜 짓의 한계는 어디까지 갈까.

독일에서는 한 사람이 ‘사람고기를 산다’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 그랬더니 자신을 죽이고 고기를 먹으라고 하는 사람이 나와 돈을 주고 산 그 사람을 죽인 뒤 냉장고에 착착 쌓아 넣고 먹었다고 한다. 인간의 잔학성은 갈수록 짐승보다 더욱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죽는 것은 예사 일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먹는 음식까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한 마디로 인간이 만들어낸 공포의 시대이다. 창조주는 자연을 창조하면서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그대로 누리고 즐기면서 먹고 살기를 요구했다.


그런데 인간은 소, 돼지, 닭들을 크게 키워 무게를 더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먹이고 있다. 또 닭이 계란을 한 달에 20개 이상 낳으면 안 되는데 돈을 더 벌기 위해 잠을 못 자게 불을 환히 밝혀놓고 계속 알을 낳게
하고 있다. 과일도 홀몬 주사를 놓아 어떡해든 크게 만들어 수익을 더 올리려고 하고 있다.

자연을 잘 다스리고 번성시키라 했던 창조주의 계율을 이처럼 마구 어기고 있으니 인간은 그 죄의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아마도 다음 세대는 가공할 만한 일이 생겨 상상도 못할 병이 인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개인주의와 극단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빚어낸 갖가지 죄악의 부산물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인간의 종말은 결국 사망이요, 파멸일 뿐이다.

아무리 의학과 과학이 발달한들 인간이 저지른 행위는 무서운 형벌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줄기세포를 통해 난치병 환자를 치유시키는 데 성공한 놀라운 변화도 인간이 가져왔다. 허지만 아무리 그러한들 창조주의 자연법칙과 순리를 어기고 있으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먹는 것부터가 두려움의 대상이라면 지나친 기우일까.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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