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살아있는 교회

2004-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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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에서 눈에 띄게 발전하는 것 중 하나가 교회다. 뉴욕과 뉴저지 일원의 한인 교회는 공식적으로 550여개, 한인 교회단체에 등록되지 않은 것
까지 합치면 6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규모가 큰 교회도 있고 작은 신생 교회도 들어있다. 규모가 큰 교회는 아무래도 역사와 전통이 깊어 이미 체계가 잡혀있다. 당연히 각종 외부 활동이 활발하다.

2세들에게 장학금을 준다거나 어려운 이웃을 내몸처럼 보살피는 봉사활동이 활발하다. 큰 교회들의 이같은 이웃 사랑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취재 과정에서 몇몇 작은 교회들도 사회봉사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에는 교회의 규모와 관계없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성원들의 합심 노력에 따라 작은 교회도 큰 교회들 만큼이나 알차고 보람있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

한인 여성들이 이끄는 한 선교회는 할렘에서 흑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해 커다란 감동을 안겨 주었다. 연약해 보이는 두 여성이 그들의 몸집보다 두배가 되는 홈리스들과 진지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을 보고 그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개척교회로 교회 운영이 힘들어 보였지만 학생들을 위해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한 곳도 있었다. 어느 한인 전도사 부부는 공간에 여유가 없음에도 가난으로 배우지 못하는 한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음악과 미술을 즐겁게 가르쳤다. 한인교회가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증거하는 현상들이다.

이처럼 한인 교회들은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지만 때로 일반인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어 옥의 티가 되고 있다.

얼마전 한 단체가 서명운동에 필요한 장소 제공을 한 교회에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서명장소를 부탁했던 이 단체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득을 해주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민수 <취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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