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세의 태권도

2004-02-18 (수)
크게 작게
2004년 새해부터 태권도계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세계태권도와 스포츠 계의 리더였던 김운용 IOC부위원장의 구속과 대한태권도협회 (KTA) 회장 그리고 미국태권도연맹 (USTU) 의 회장이 불명예스러운 사퇴를 했다. 태권도계를 대표했던 수장들의 공백이 협회 창설 이후 태권도계의 패닉 현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언론보도에 태권도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실망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태권도가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무형문화의 역할과 대표적인 운동종목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반세기 동안 태권도인들의 노력으로 국기태권도의 세계화를 이루었지만, 내실을 충실히 쌓지 못했던 결과들이 오늘날의 현상들로 나타나고 있다.
현 상황에서의 중요한 문제는, 스포츠외교의 부재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종주국으로서의 주체성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현대스포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간의 정치와 경제적인 영향력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핑퐁외교와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의 축구교류 그리고 현재진행중인 남북의 스포츠교류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국가간의 문제들을 스포츠교류를 통해 계기를 마련하는 사례들이며, 이것은 스포츠외교의 힘이며 영향력이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올림픽을 비롯해 국제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려는 것은 국가와 지역 경제발전에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며, 선전하는 자국선수들의 모습에서는 국민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이민사회에서의 태권도의 역할은 미 주류사회에 진출하여 전문인분야의 인성교육과 민간 외교적 측면으로서 미국사회에 영향을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도장경영을 통해 사회적인 위치와 경제적인 안정을 제공해온 태권도는 미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역사가 100년이 되었지만 뚜렷한 정치적 성장이나 전문분야의 개척이 어려운 현실에서 오늘날의 미국태권도연맹(USTU)의 문제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도 대승적 차원의 양보의 개념도 아닌 것이다.

오늘날의 태권도는 세계인 모두가 영유할 수 있는 무도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지만, 한국 고유의 문화적 자산이 주체의식 없이 타국의 문화로 변색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결코 정치적 주도권의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무형문화인 태권도를 종주국으로서의 주체의식을 가지고 올바른 태권도문화의 보급과 위상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와 삶을 함께한 자신에게 오늘날의 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나 혼자만 편하게 잘살면 된다는 생각과 태권도 발전에 관한 무관심의 행동은 극단 이기주의적인 행동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올바른 태권도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일선 사범들의 지도력과 함께 적극적인 협회행정에 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

미국에서는 정치참여 없이 소수민족의 존재를 알릴 수 없다. 미국태권도협회의 행정구조 역시 한인 지도자들의 참여 없이는 오늘날의 난세를 극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은 한국 태권도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거듭날 수 있는 자성의 기회로 승화시키고, 태권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여 한국 전통무도의 문화적 맥이 미 주류사회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하겠다.

끝으로 태권도일선 지도자들에게 주인의식과 자긍심으로 당당히 다시 일어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용범(브리지포트대 무도태권학 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