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들의 단합된 힘

2004-0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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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 주류사회 유수 법률회사인 듀이 발렌타인사(Dewey Ballantine LLP)의 고위 인사가 아시안들을 비하하는 농담을 이 메일로 사내 직원들에게 전송해 뉴욕의 아시안계 법조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일명 ‘듀이 발렌타인’사건은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주류사회에 아시안 전문인들의 용기와 단합을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듀이 발렌타인사 더글라스 게터 공동대표가 회사의 한 직원이 “강아지를 입양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이 메일을 사내에 전송하자 이에 “그 강아지들을 절대 중국 식당으로 보내지 말라”는 농담 섞인 답장을 띄웠고 이 발언이 일부 아시안 국가에서 개를 식용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대한 빈정거림으로 받아들여진데 있다.

이 이메일 내용이 뉴욕법률저널에 소개되자 거세게 항의하며 공동 움직임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뉴욕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한인 젊은 변호사들이었다.


이들은 대형 로펌에서 공동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주요 간부가 과연 흑인 커뮤니티를 향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로펌에 근무하는 아시안 변호사 뿐 아니라 아시안 아메리칸 전체를 우습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보였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아시안 아메리칸 법조인들, 대형 로펌의 한국계 대표, 아시안 인권·권익옹호 단체와 명문 로스쿨 등의 아시안 학생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단합 대응해 공식 사과를 받아내는 결실을 얻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 이들은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에 매달려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단합해 아시안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면 ‘아시안 비하’ 발언 및 사건은 미국사회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컨퍼런스 콜·회의·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 공식 서한을 발표했다.

듀이 발렌타인 법률회사는 지난해 1월에도 사내 연례 만찬 행사 자리에서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한 풍자 연극으로 일부 아시안계 변호사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아시안계 변호사들은 조용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한인 변호사들이 중심이된 아시안 아메리칸 법조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뉴욕타임스와 UPI, 워싱턴 타임스 등 주류 언론에도 보도돼 미국 사회에 아시안들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김휘경(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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