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의 밤에 다녀와서

2004-0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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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파티 광고를 보면 ‘신구회장 이취임식’이 큰 타이틀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동포사회의 많은 단체들 가운데서 마치 큰 권력이 왔다 갔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동포들이 정치성향이 짙어서, 아니면 감투에 대한 욕망이 강해서 그러는 것일까? 작은 친목단체의 신구회장 이취임식이 뭐 그리 중요한 기사거리가 되는 것일까? 연례만찬이면 만찬이, 연례 디너댄스파티이면 디너 댄스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 주지사, 시장 등의 이취임식은 볼만 하지만 우리 작은 동포사회의 작은 단체들의 단체장들의 이취임식은 조
용히 치를 때 더 보기가 좋을 것 같다.

파티가 친목도모와 스트레스 해소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춤과 음악으로 이어지는 여흥이 곁들여진 파티는 재미있다. 이런 것이 이취임식이나 시상식 같은 형식 보다 집에 돌아올 때 후회가 덜 되는 것 같다.


지난번 뉴욕한인회 주최 한인회의 밤은 파티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모임인지, 주류사회 인사들을 포함한 모임인지, 올해의 한인상 시상식을 위해 소집한 모임인지, 참석자들의 상견 파티인지 분명치 않았다.

한인의 밤의 알맹이라 할 수 있는 주제(Theme)는 정해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 ‘올해의 한인상 시상식’이라는 제목이 차지하고 있었다.마이크를 귀청이 찢어져라 우렁차게 으르렁거리고, 환기가 잘 안되고 후덥지근하여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참석자들은 대개 알만한 사람들이었고 나처럼 안면 때문에 체면상 참석한 사람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았다.

네 사람의 주류사회 인사들이 올해의 한인상을 수상하러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 지난 월돌프 아스토리아에서 개최된 이민 100주년 피탈레 파티 때도 와서 연설한 바 있는 중국계 뉴욕시의원 쟌 리우씨였다.

쟌 리우씨가 현재 우리 한인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력의 척도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앞으로 우리 한인의 밤에 더 큰 정치인도 오게 해야 되겠지…


김성준(민주평통 차세대 담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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