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지혜와 지식과 경험

2004-0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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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지식과 경험이 있다. 지혜는 지식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지식은 경험보다는 공부에 바탕 한다.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다. 직접 경험이란 자신이 몸과 마음으로 겪는 경험이다. 간접 경험이란 책이나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지혜와 지식과 경험은 삶을 살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지혜는 지식과 경험의 집합체(集合體)라고도 볼 수 있다. 지혜가 많은 자와 지식만 많이 갖춘 자와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타난다. 지혜가 많은 자는 어려움을, 경험을 잘 살려 극복해간다. 지혜가 없고 지식만 있는 자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금방 좌절하거나 낙망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려움이 닥쳤다고 금방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 예에 속한다. 자살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지혜다. 자신의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자는 지혜로운 자다. 그렇지 못하고 실추된 명예 때문에, 고통 때문에, 자살이란 극단을 택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결단이요 행동이다.


어느 부모가 있다. 초등학교를 나온 것이 학력의 전부다. 열 자식을 키웠다. 자식 중에는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자도 있다. 며느리도 있고 사위도 있다. 그들 중에도 대학 나오고 사회적인 직분도 가진 자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배운, 자식과 사위와 며느리들이 부모의 지혜에는 따라가지 못함을 본다.

부모는 지구가 태양을 돌아가는 지동설(地動說)도 배우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모른다. 스탕달의 ‘연애대위법’도 읽지 않았다. 다윈의 진화론(進化論)도 모른다.

노자의 ‘도덕경’, 장자의 ‘내편, 외편, 잡편’도 읽지 않았다. 카프카의 ‘변신’도 모르고, 톨스토이가 지은 ‘전쟁과 평화’도 모른다. ‘인수분해’와 ‘방정식’도 모른다. 하지만 자식들이 어려울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바로잡아 준다.

부모가 주는 조언은 그들이 평생을 살아오며 경험한 지혜를 통해 나오는 것이다. 조언은 학문적이거나 유식한 것이 아니다. 논리적이지도 않다. 설교도 아니다. 상담도 아니다. 강제적인 것도 아니다. 더욱이 돋보이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랑도 아니다. 비판도 아니다.

다만 어려움을 극복 못하는 자식들의 길을 잡아 주려하는 부모의 정에서 나온 지혜일 뿐일 것이다.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지혜서’다. 이 책을 통해 유대인들을 수천 년간 그들 조상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난관을 해결해 나가곤 했다. 지금 탈무드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지혜서로 통한다. ‘탈무드’에 나와 있는 일부분의 주제들을 소개해 본다.

“꽃양배추에 사는 벌레는 꽃양배추를 자기 세상으로 생각한다. 돈은 기회를 만들어 준다. 하늘과 땅을 웃기려면 먼저 고아를 웃겨라, 고아가 웃으면 하늘과 땅도 웃을 것이다. 이보다 더한 불행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라. 단번에 바다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매일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 몸을 닦는 것은 비누고, 마음을 닦는 것은 눈물이다. 신은 인간의 마음을 먼저 보고, 그 다음 그의 두뇌를 본다.

지식이란 흐르는 물과 같다. 자녀를 가르치는 최선의 교육은 자기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시간보다 소중하게 여기는데 그로 인하여 잃는 시간은 금전으로도 사지 못한다. 사랑은 쨈과 같이 달지만, 빵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초혼은 하늘에 의해서, 재혼은 인간에 의해 맺어진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 때문에 걸려든다. 술이 들어가면 비밀은 밖으로 나온다.


성공의 절반은 인내심이다. 가장 훌륭한 지혜는 친절함과 겸허함이다.”
유대인의 탈무드에도 지혜로운 말들이 많지만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속담에도 지혜로운 말들은 많이 있다. 어떻든, 지혜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전수돼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또 개인의 경우, 지식도 중요하고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과 경험을 통해 지혜를 쌓아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일차방정식도 모르는 옛 부모들은 자식을 열 명, 혹은 그 이상이나 낳아 모두 건강하게 키우는 지혜를 갖고 살았다. 순간의 판단을 요구하는 요즘 지혜로운 판단으로 삶을 윤택하게 가꾸어보자


김명욱(목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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