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귀향’(The Return)★★★★

2004-02-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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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했던 아버지 돌아오자
두 아들형제의 삶은 뒤틀려

성경적인 내용을 지닌 신비한 분위기의 러시아 영화로 작년 베니스 영화제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탔다. 영화로 데뷔한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자연과 인간심리를 비교 통찰하는 눈이 깊고 예리한데 러시아의 명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매우 엄격하고 검소하며 또 추상적이면서 자연주의적 수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감정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얻게되는 아름다운 영화다. 철학적 로드 무비인 데다가 신비성이 가득해 쉬운 오락영화는 아니지만 단정한 수용자세로 볼 용의만 있다면 심오한 감동을 맛볼 것이다.
러시아북부의 한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두 형제 바냐(이반 도브론라프)와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는 안드레이가 두 살 때인 10여년 전 아버지가 가출한 뒤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형제애가 유난히 두텁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콘스탄틴 라브로넨코)가 불쑥 귀가하면서 두 형제의 삶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한 궤도이탈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곧 두 아들을 데리고 낚시여행을 떠나는데 바냐는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반면 안드레이는 느닷없이 나타나 자기에게 명령하는 아버지에게 강하게 반항한다(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브라함과 이삭을 생각나게 한다).
아버지는 과묵하고 엄격하고 때로는 구타를 서슴지 않는 가혹한 사람이면서도 비밀을 지닌 자의 매력을 가졌는데 두 형제는 이 아버지의 정체와 여행의 목적을 놓고 깊은 의문에 사로잡힌다. 과연 아버지는 진짜 아버지인가 그리고 그는 왜 뒤늦게 돌아왔는가.
아버지와 두 아들이 러시아의 아찔하게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을 따라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두 형제는 점점 더 깊이 정신적 육체적 의문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충격적인 종말을 맞는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얘기되는 진실과 배신과 화해의 인간 드라마에서 또 하나의 인물 노릇을 하는 것이 숲과 광야와 호수 등의 자연경치. 이 자연들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훌륭한 상징물로 존재한다. 촬영이 눈부시다.
성인용. Kino. 페어팩스(323-655-4010), 플레이하우스, 타운센터, 파빌리언(310-475-0202), 에드워즈(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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