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개항에 인질 교환·하마스 무장 해제 및 사면·가자 재건 포함
▶ 트럼프가 의장인 평화위원회가 임시 통치기구 역할하며 재건 감독
▶ 이스라엘, 국제안정화군에 보안 맡기고 단계적 철수하되 버퍼존 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족)과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구상'을 29일 공개했다.
이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감독하에 팔레스타인 기술관료로 구성된 임시 통치기구가 가자를 재건하고, 국제 평화유지군이 테러 방지 등 질서 유지를 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을 시작한 하마스뿐만 아니라 아랍 국가들이 인정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전후 가자 통치에서 배제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이 원하는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는 등 이스라엘에 유리한 구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20개 항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수용 의사를 밝힌 가운데 하마스도 이 구상에 동의하면 가자에서 모든 군사 작전이 중단되고 인질·포로 교환이 이뤄진다.
하마스가 모든 생존 및 사망 인질을 돌려주면 이스라엘은 하마스 종신형 수감자 250명과 2023년 10월 7일 이후 구금한 가자 주민 1천700명을 석방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시신 1구를 돌려줄 때마다 이스라엘은 가자주민 시신 15구를 반환한다.
하마스 일원 중 이스라엘과의 평화적 공존을 약속하고 무기를 해체하는 이들은 사면하며, 가자를 떠나고자 하는 하마스 일원은 이들을 수용할 국가까지 안전한 이동을 보장한다.
이후에는 기술관료적이며 비정치적인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가자를 임시통치하며 주민에 필요한 공공서비스 운영 등을 책임진다
이 위원회는 "자격을 갖춘" 팔레스타인인과 국제 전문가로 구성되며 '평화위원회'라는 이름의 국제 과도기구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의 의장을 맡아 이끌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포함한 다른 국가 정상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의장직을 요청한 게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랍국 정상 등이 맡아달라고 했다면서 "난 매우 바쁘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반드시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신이 이 자리를 맡는다는 사실은 모든 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도록 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화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가자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다시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가자 재건을 위한 체계(framework)를 구축하고 자금을 관리한다.
PA에 가자 통치를 맡길 시점을 명시하지 않고 PA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조건만 단 것인데 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PA가 근본적이며 진정한 변혁을 거치지 않는 한 가자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당신의 현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랍 국가들은 PA를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표하는 적법한 기구로 여겨 가자 통치에 PA가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PA가 테러를 조장한다며 반대해왔다.
평화 구상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열망"으로 표현하면서도 이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자 재건과 PA 개혁이 이뤄지면 "팔레스타인 자결권과 국가를 향한 신뢰할만한 경로를 위한 조건들이 마침내 갖춰질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몇 나라는 어리석게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고 비판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해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가자 통치에 직간접적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하지 않는다.
터널과 무기 생산시설을 포함한 하마스의 모든 군사 인프라를 파괴하고, 독립 기구가 가자의 비무장화를 감시한다는 내용이 '평화구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아랍 및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임시 '국제안정화군'(International Stabilization Force)을 구성해 가자에 즉시 배치할 계획이다.
ISF는 가자의 팔레스타인 경찰을 훈련·지원하며 요르단, 이집트와 협력해 국경 지대의 안전을 확보한다.
이스라엘은 가자를 점령하거나 병합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점령한 가자 영토를 ISF에 점진적으로 이양하고 가자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다만 가자에서 테러 위협 재개 가능성이 사라질 때까지는 이스라엘군이 관리하는 완충 구역을 두기로 했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보안 구역을 포함한 안보 책임을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구상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를 재건하기 위한 계획도 담겼다.
전문가위원회가 가자를 재건하기 위한 "트럼프 경제발전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국제 그룹들이 이미 제안한 여러 투자·개발 구상을 고려할 방침이다.
가자에 특별경제구역을 조성하고 참여 국가들과 우대 관세 등을 협상할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아랍 국가에 재정착시킨 뒤 미국이 가자를 소유하면서 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해 큰 파문이 일었는데 평화구상에서 그런 내용은 빠졌다.
구상에는 누구도 자기 의사에 반해 가자를 떠나게 되지 않을 것이며 떠난 이들도 자유롭게 돌아올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하마스도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지만, 하마스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들이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런 조건으로 가자 통치에서 하마스 완전 배제, 터널 등 시설 파괴를 지목했다.
WSJ은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병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실현하기 위한 명확한 계획이 없으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재건 자금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아랍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