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술인들은 우리 사회의 재산이다

2004-02-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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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맨하탄 미드타운 포트 오소리티 근처에 있는 커버난트 하우스에 가끔 들리곤 한다.이곳은 대부분이 남자들로 나이는 대다수가 사춘기의 집 없는 청소년들이 와서 머무는 곳이다.

식사시간이 되면 식사하고, 세수나 목욕하고 싶으면 와서 목욕하고, 저녁이 되면 와서 잠도 잘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잘 때는 침대에서 자는 것이 아니고 의자에 앉아 잘 수 있는 곳이라 추위와 더위는 피할 수가 있다.

언제인가 텔레비전에서 맨하탄 북부 허드슨강가에 있는 역사 깊은 리버사이드교회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았다.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과의 면담에서 그 사람이 리버사이드교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이유는 다른 기관들 보다 서비스가 좋고, 특히 종교기관이지만 신앙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런치 프로그램 이외에 이런 프로그램이 뉴욕 시내에만도 여러 군데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내가 사는 롱아일랜드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을 아쉬운대로 지낼 수 있는 이런 시설들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프로그램을 왜 동양인은 이용하지 못할까? 얻어 먹고 남의 신세 지는 것을 체면 깎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몰라서일까?

이런 서비스 기관을 보고 나니 예술인들을 위한 목욕탕 시설과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한인 독지가에 의해 뉴욕 근처에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게 됐다.

특히 작업이나 연습에 많은 시간을 요하는 예술인들 중에는 배 고프고, 삶이 고달파도 예술에 대한 열정 때문에 자기의 몸이 바스러지는 줄 모르고 사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자기가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많은 시간의 작업이나 연습도 계속해야 하니 삶이 여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예술인들이 직업을 위한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이 아니므로 자기의 전문 분야와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기 때문에 보수 또한 좋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직업들은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후에는 비교적 안정된 수입이 있게 된다.

그러나 다른 직업과는 달리 예술인들이 작품을 만들고, 연습을 하고, 공연하고, 쓰고 하는 이 모든 작업은 직업이긴 하나 이 직업들은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많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어서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의 사는 환경 보다 나은 생활여건일 수도 있는 홈리스에게 주는 서비스도 거부할 것이다.

창작이란 보통 사람들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독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기와의 투쟁이다. 게다가 사회에 혼란이 오는 문제도 아니기에 자칫하면 국가나 사회, 그리고 개개인들로부터 소홀하게 취급되기가 쉬운 분야이다. 인정받을 때까지는 무척이나 힘든 생활을 감당해야 한다. 그 위에 경제적 이유만이 아닌 또 다른 자기와의 싸움이 있다.


또한 이 분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런 분야에 재질이 있는 사람을 발견할 때는 적극적으로 뒷받침을 해주어야 될 것이라고 본다. 재질과 더불어 작품 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자기 혼신을 쏟는 예술인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우리 사회, 국가의 재산이다.

우리 한국은 아직도 이웃의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과 같이 예술인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 한인사회에 예술인들을 눈여겨 보아주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힘이 되어주는 분들이 많이 생기는 풍토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숙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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