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심과 행운, 그리고 대통령의 말

2004-0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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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민심은 천심이요, 천운 타고나야 임금이 된다>라 했다. 천운 타고난 어진 임금에 민심의 천심과 화합한 시대를 가리켜 태평성대라 하였으며 임금을 중심으로 하여 백성 모두는 삶에 평안을 누리어 살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근래 조국 한국의 정치, 경제를 비롯, 교육, 안보 등 총체적으로 한결같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시대적 변천을 하기 위한 기로에 따라 구시대의 사고와 타성적 부조리 등의 타파란 점과 세대교체로 기인한 탓일 것이라 보나 매우 혼란하여 요동의 소리가 크다.

그리고 노대통령은 그 어느 때 보다 천심으로 선택된 대통령이다. 또한 노대통령은 그리 큰 그늘과 뿌리 없이, 그리고 탄탄한 울타리가 아닌 상황에서 천운이 있어 대통령이 되었다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는 데 기인된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따라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것인가. 여하튼 이는 천운이 따랐음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집권한지 만 1년이 지나는 지금의 한국 세태는 오랜 세월의 정경유착이 쌓이고 쌓여 굳어진 오니(오염된 이물질의 찌꺼기)와 오염된 물들이 민심에까지도 오니 또는 오염되어서인지 냄새 나는 것 같고, 또 수렁에 빠져 질퍽거리며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것 같다. 또 그에 연유하여 국가 형태의 근원인 천심의 의식구조까지도 흔들리는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러므로 하루빨리 닦고 조여 제 위치의 궤도를 따를 수 있도록 추스려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비유하여 최소 단위의 국가형태인 내 4인 가정에서도 일사분란한 태평성대의 날이 그리 많지 못하다. 난 이곳에 뿌리도 울타리도 없으며 그늘 또한 없어 쉬어갈 수도 없는 상태인 최소 단위의 대통령(가장)은 부덕하고 부족한 것 많아 늘 마음 편안치 못해 밤잠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보면 규모 차이지 크거나 작거나 간에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이 문제 해결을 놓고 밤잠 못 이루는 것은 비교는 안 될 것이나 유사롭다 할 것이며 이것이 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국가 원수이다. 국가 관리 운영을 비롯 민생의 안위와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 도모를 위한 시대적 한 텀(term)을 천심에 의해 책임과 의무를 위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국제관계를 이루어야 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막중대사를 이끄는 대통령으로서 시비거리가 될만한 돌출 발언으로 하여 일반 세인, 아니 철 모르는 아이나 빗나간 사람들 입에 회자되거나 비아냥적 유행어가 되어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마음과 뜻한 바 대로 추진되지 않아 은연중 나온 돌발적 말이라 이해할 것이나 그래도 대통령의 말인데 그 횟수가 더해감에 평소의 덕망과 신뢰감이 저하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유수의 신문과 TV방송에서 보고 듣는 실망스러운 대통령의 말은 생략 하더라도 사설 제목에 ‘나라를 흔드는 건 대통령이다’ 등등의 기사를 보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
가.

그리고 그 자리는 내가 싫다하여 그만둘 수 있는 ‘평양 감사’ 자리가 아니다. 천심에 의한 자리요, 천운으로 이룩된 자리라 할 때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으며 또한 담보로 하여 천심을 다시 사 보고자 한단 말인가. 할 수 있다면 그럴만한 명분과 허물이 있어 천심과 천운을 다했다는 말 아닌가.

여하튼 명분과 과오가 많은데도 그 자리 연연하는 것 또한 비굴해 보이며 천심이 볼 때 역겨워 대노할 것이고 보면 과거 자유당과 공화당 정부의 종말과도 같은 현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그야말로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국가의 수치요, 국민의 자존심 문제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의 양상은 다르다 할 것이나 그렇다고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식의 사고라면 진정 국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이요 위정자라 할 수 있겠는가. 말은 말을 낳는다는 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상로(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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