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동산 발전사

2004-02-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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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은 유별나다.
옛날에는 ‘천석꾼’, ‘만석꾼’ 하면서 전답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자손대대 떵떵거리며 살아왔고 지난 70년대 개발 붐이 일면서 뽕밭이었던 서울 강남일대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이 어느 한순간에 졸부가 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땅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망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뭐니뭐니해도 ‘땅은 (도망가지 않고) 남는다’는 것이 기본 인식인 것 같다.

이같은 땅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은 미국에 와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한인들이 미국에 이민온 뒤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던 한인과 한인사회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상용 건물쪽으로 방향이 바뀌어가고 있다. 적어도 건물 하나 정도는 소유하고 있어야 ‘그 사람 돈푼 꽤나 있구나’하는 소리를 듣는다.그런데 뉴욕 한인들의 부동산 규모가 더욱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최근에는 플러싱 공영주차장 개발 소식이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예상되는 개발 비용이 1억달러 가까이되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던 한인들의 생각이 ‘힘을 모으면 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직능단체나, 부동산 개발업체, 건설업체, 투자자 등 많은 한인들이 뉴욕이민사의 터전이었던 플러싱 한복판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매느냐다. 종자돈만해도 적어도 20만~30만달러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쩌면 이 돈은 한순간에 날라가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큰 사업을 위해 이정도의 초기 투자가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자신은 손해를 전혀 안보고 나중에 과실만을 따먹을 생각을 해서는 일이 진척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동업과 공동투자를 통해 요소요소에 부동산을 소유했듯이 이번 플러싱 공용주차장 개발을 계기로 한인사회가 멋진 역사를 만드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주찬(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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