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태권도 종주국’ 위상 지켜야

2004-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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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 고유의 스포츠 종목인 태권도를 주도해 온 한인들이 미국 태권도계에서 밀려나고 있어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과 긍지에 위태로운 적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보급해 온 한인 태권도인들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정식 채택된 후 미국태권도연맹과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태권도 선수단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태권도연맹의 일부 태권도인이 저지른 불미스런 행위로 인해 한인 태권도인에 대한 배제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한인 태권도인들의 부정사건이 터진 태권도연맹을 퇴출시키려다 최근 사태 수습을 위한 5인 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5인 위원회에는 한인이 한 명도 없고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태권도인은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 의해 미국의 태권도연맹이 재편될 경우 한인들이 주도권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의 고유문화와 정서가 배어있는 태권도 자체가 이질문화로 변질될 우려마저 있다.

우리의 고유 무술인 태권도는 지난 1960년대 중반부터 많은 한인 사범들의 노력으로 미국에 널리 보급됐다. 이들 사범들의 노력으로 한인들의 위상과 이미지가 크게 향상되었고 태권도를 통해 미국의 정계 등 각계에 한인들이 진출하는 길을 트기도 했다.

또 한인 태권도인들의 노력으로 태권도가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에는 한인사범들이 미국 태권도연맹과 올림픽 선수단을 이끌어 명실상부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을 지켰다.

그런데 최근 미국태권도연맹의 부정사건이 터졌고 한국에서도 세계 태권도계의 대부격으로 알려졌던 김운용 IOC 부총재가 부정사건으로 구속되면서 태권도의 이미지는 추락일로를 줄달음질 쳤다.

미국 태권도연맹은 회원이 3만5,000명이며 소속 도장의 80%가 한인사범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의 태권도계는 한인들이 석권하고 있다. 이 사실은 또 태권도가 한인사범들에게 매우 중요한 생활터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는 말이다.

한인 태권도인들의 권위와 성가에 금이 가면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위상과 태권도 종목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될 뿐만 아니라 한인 태권도 사범들의 생활터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한인사범들은 한국의 고유 무술인 태권도의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반성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 태권도와 한인 태권도인의 미래가 걸린 미국 태권도계의 사태 진전을 주시하면서 이 난경을 타개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비상한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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