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족 긍지의 태권도

2004-0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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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우리 민족의 얼과 슬기가 담긴 민족 긍지의 무도(武道)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보급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 가든지 곳곳마다 태권도 도장이 없는 곳이 없다. 도장에는 태극기가 걸려있고 운동 시작과 마침에는 반드시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으며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차렷’ ‘경례’ 등 우리말 구령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냉전시대에 태권도가 국위선양과 민간외교에 공헌한 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당시 해외 근물르 했던 외교관, 국가공무원, 해외여행을 했던 많은 정치인들, 사업가들 누구나 이를 인정하고 있다.

지금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 거의 모두가 직접 간접으로 태권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웬만한 도시에는 태권도장이 없는 곳이 없으며 군대, 경찰, 왕궁 등에까지 각 나라의 요로에 한국인 사범들이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그 힘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민족 무도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대회부터 올림픽경기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태권도인은 물론 우리 민족의 힘이요, 자랑이요, 긍지가 되어 있다. 이는 오로지 해외에서 여러가지 역경을 딛고 일한 일선 태권도 사범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이루어낸 황금같은 결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족 긍지의 태권도가 최근 탐욕적인 몇몇 지도자들의 잘못된 처신 때문에 심한 몸살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태권도 총 본산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표들의 개인 비리로 인한 사회적 물의,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태권도 유니언(USTU)의 재정 비리로 인한 미국올림픽위원
회(USOC)으로부터의 퇴출 위기를 맞았던 일(퇴출은 다행히 면했지만 올림픽위원회의 위임 운영이 됨)등 그야말로 태권도 수난의 시대를 맞은 기분이다.

우리 모든 태권도인들은 심히 부끄럽고 황당함을 느낀다.태권도란 무엇인가. 태권도를 수련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인도(人道)와 정의를 바탕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정신적 육체적 힘을 기르며 인격 도야와 정신수양을 통해 인생을 올바르고 강하게 살아가며 나아가서는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고 인류화합에 기여하자는 데 그 궁극적 수련의 목적이 있다.

인간의 생에 있어서 ‘절대(絶對)와 영원’이란 다만 우리들의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끝없이 쫓아가는데에서 비극의 싹이 움튼다. 그런데 단체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 태권도의 지도자로 추앙되고 선출된 분들이 이 이치(理致)를 망각하고 영원한 절대의 힘, 절대의 명예, 절대의 부를 추구하려는 탐욕을 가짐으로써 서글픈 망집(妄執)의 늪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불미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는 태권도협회, 체육회, 뉴욕한인회, 청소년재단, 2002월드컵축구 뉴욕후원회 등 여러 단체의 책임을 맡아 일하면서 일선에서 수고하는 수많은 태권도인 및 다른 종목의 무도인들을 폭넓게 만나는 기회를 가졌으며 지금도 많은 태권도인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무도정신을 지니고 땀 흘리며 태권도 보급과 후진 양성을 위해, 그리고 자기 희생을 통한 사회봉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 든든하고 흐뭇함을 억누를 수가 없다.

사람의 일생을 험난한 세파를 뚫고 나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어렵고 고된 일들이 많고 또한 우리를 손짓하는 유혹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정의와 진리의 길, 이것이 무도인이 가는 참된 승리의 길, 영광의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문성(전 뉴욕한인회장, 태권도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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