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꿈은 이루어질까?

2004-0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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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뉴욕한인사회에 첫 대두된 한·영 이원언어학교 설립 논의가 시작된지도 벌써 8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공식적인 모임으로는 지난해 10월 공청회 한 번, 세 차례의 설명회, 그리고 비공식 모임은 세 번 열렸다.

지난달에는 첫해 등록대상인 유치원 연령의 자녀를 둔 학부모와 유치원 원장을 대상으로 입학설명회가 열렸지만 당일 오후 쏟아진 폭설로 모임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다. 때문에 주최측은 앞으로 교회 주일학교와 유치원을 직접 연락해 입학등록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등록할 학생을 교육시킬 공간 마련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학교 설립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기존 초등학교에 신설 프로그램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완전히 배제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이원언어교육을 포함, 영어학습자를 위한 2,000만 달러 교육예산 지원을 발표했고 또 기존학교에 유치할 경우 주류사회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대가 예상돼 신설학교 설립이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학교 신설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하다며 기존학교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미 나름대로 몇 번의 시도 끝에 벌써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아무리 예산이 배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를 신설하려면 학교승인 신청서에서부터 예산신청 접수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가 요구된다. 또 학교 설립부지는 물론 당분간 임시로 사용할 임대건물도 알아봐야 하는 등 수반되는 작업량이 상당하다.

때문에 이러한 일을 전담할 커뮤니티 차원의 설립 추진 위원회 구성이 첫 공청회 이후 논의됐었지만 이 역시 4개월째 아무런 진척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물론 연말연시도 있었고 주최측 관계자들도 서로 각자의 직장 일로 바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전된 상황만 보더라도 중국어·영어로 모범적인 이원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PS 184의 초기 설립 과정과 너무나 비교된다. 지금까지 설명회 이외에는 딱히 이렇다 하게 이뤄놓은 일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민자들의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이라 여겨지는 이원언어학교 설립. 당초 계획대로 오는 9월 한·영 이원언어학교가 문을 열어 한인후손은 물론 주류사회 학생들에게까지 한국어와 문화를 널리 보급할 수 있길 기대하며 주최측의 발빠른 움직임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정은 <특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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