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소년항우울제 ‘자살 충동’ 우려

2004-02-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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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부작용 검토에 착수

자살 발생하자 “위험 경고 부착해야”

치료효과 탁월” 반론도 만만찮아


영국선 처방금지 공식 권고

“무기력한 내가 너무 싫어요…사람들이 나만 미워해요…잠도 오지 않고 공부도 안되고 밥도 먹을 수 없어요…”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10살 전후의 어린이들도 적지 않다.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소아 및 청소년의 수는 매년 미국에서 1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될 정도다. 소아 및 청소년들의 우울증은 어른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창 감정이 예민한 시기의 우울증세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약간의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각 병원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청소년 우울증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일반적인 처방이다. 통상 SSRIs(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가 처방되는데 효과가 뛰어나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애용하고 있다. 프로작, 팍실, 졸로프트, 셀렉사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다.
문제는 이들 약물들의 부작용이다. 대다수 우울증 환자들에게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였지만 일부 어린 청소년들에게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 환자들과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끔찍한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실제로 약을 복용한 뒤 자살한 몇몇 청소년들의 사례가 보고돼 문제가 불거졌다.
약품 승인권을 가진 FDA(연방 식품의약국)는 최근 항우울제의 소아 및 청소년 처방이 ‘자살 충동’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임상사례를 정밀조사하는 한편 지난 2일에는 전문가들과 우울증 청소년환자들의 부모를 초청해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항우울제 복용 뒤 자살한 희생자들의 부모들도 참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자살희생자들의 부모들과 일부 전문의들은 항우울제의 소아 및 청소년 투여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소한 약품들에 ‘자살 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토론에 참석한 FDA 자문위원회도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영국의 사례도 보고됐다. 영국 의약보건국은 지난해말 소아 및 청소년에게 항우울제 처방을 하지 말 것을 전국의 정신과 의사들에게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나섰다.
반대의견도 많았다. 약물치료가 자녀들의 우울증세를 훌륭하게 치료해줬다는 부모들의 반론도 줄을 이었다. 함께 제출된 SSRIs 계열 약품들의 다양한 임상 치료 결과보고서는 우려되는 수준의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 FDA는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몇몇 자살 케이스가 발생하자 전문의들에게 항우울제 치료를 받는 어린 청소년들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도록 권고한 게 전부다.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에게는 어떠한 권고나 조치도 내려진 게 없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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