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의 기도

2004-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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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기도의 대상은 다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일생동안 수없이 기도를 드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There is no atheist in a fox hole 란 속담처럼 포탄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참호 속에서는 무신론자가 없이 다 신에 매달려 간구하게 되는 것 같다.

옛 사람들은 해, 별, 달, 산 그리고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신앙의 대상을 향해 복을 달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희랍엔 무수히 많은 신들이 있었는데 그 중엔 이름모를 신도 있었다고 하니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유한한 존재의 연약함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어릴 때 무당들이 시퍼런 칼날 위에서 신들린 것처럼 펄떡펄떡 춤추는 것을 보면서 어디서 저런 초인간적인 힘이 나는 것일까, 기이하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가 교회 장로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때문에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기도를 통한 체험적 능력을 몸소 겪으면서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성서에 보면 사무엘 어머니의 기도를 통해서 사무엘 같은 위대한 성자가 나올 수 있었고 히스기야 왕은 그의 간절한 기도로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결코 포기하거나 절망치 않고 매달려 기도한 어그스틴의 어머니 기도가 성 어그스틴을 만들게 했다. 맥아더장군이 아들을 위해한 기도도 퍽 솔직하고 응답받을만한 기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흔히 걱정 없고 평탄하고 건강하며 만사 형통하길 위해 기도하지만 맥아더장군은 어려운 길을 주시되 그 길을 잘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아픔과 고통을 주시되 잘 참고 이길 수 있는 인내도 함께 달라고 기도했다.

근래 나온 베스트셀러 중 ‘야벳의 기도’란 책이 있었다. ‘주께서 내게 복을 더하사 지경을 넓혀주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그의 기도도환난을 없게 해달라고 하지 않고 주의 손으로 도우사 그 환난의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성경에 나오는 ‘아굴’의 기도를 보면 그가 죽기 전에 주시길 간구한 두 가지가 있는데 허탄과 거짓말을 멀리 하게 하옵시고 가난하게도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여달라고 간구하고 있다. 혹 내가 배 불러 하느님을 모른다 할까, 혹 가난해 도적질 하여 하느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렵다고 기도했다.

교회의 직분 맡은 정치인들 중엔 몇십억 몇백억씩 꿀꺽 삼키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그들의 기도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몇백명 성가대를 대동하고 부흥회 인도차 와서 백불짜리 팁을 스스럼 없이 뿌려대는 소위 잘 나가는 부흥사들의 기도 내용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재정을 횡령, 유용하고 각종 불미스런 스캔들로 세상 법정에서 유죄를 받고도 종교 탄압으로 돌리려고 하는 철면피한 목회자들, 총회장 선거에 몇억씩 돈봉투를 돌리는 썩어빠진 관행 하며 가짜 박사학위를 돈 주고 사거나, 아니면 외국 신학교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산 학위를 버젓이 내걸고 다니는 교회 지도자들의 기도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하박국 선지는 ‘비록 무화과 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업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구원의 하느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로다’라고 기도했다.

우리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보내면서 어떤 기도를 드려야만 그 기도가 열람되고 응답 받을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보고 진실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박중기(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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