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준비된 투자가인가?

2004-0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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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대인 할아버지가 처음 만나 내게 돈이 돈을 만들고 가난은 아기만 만든다고 말했다. 마케팅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요즈음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일이다.
부자들은 자기들의 아이디어를 고객들의 기억 속에 밀어 넣는데 필요한 자금을 갖고 있다. 또 자기들의 상품을 뒷받침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1일 열린 수퍼보울을 관전하면서 새삼 느낀 일이다. 캐딜락은 이날 광고에만 수천만달러를 지불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립 모리스는 연간 20억달러를 지불하며, GM은 매년 15억달러를 사용한다고 한다.
텍사스에 있는 소규모 회사인 ‘A&M’ 애완용품 회사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뭉치는 고양이 변기통을 발명했다. 스쿠프 어웨이(Scoop Away)라고 불리는 이 상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골든 캣(Golden Cat) 회사가 그것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골든 캣은 자기들도 뭉치는 용변통을 소개하고 타이디 스쿠프(Tidy Scoop)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고양이 싸움에선 누가 이길까? 누가 그 아이디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세상을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부동산 업계도 거의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광고비를 많이 썼느냐가 사업에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부동산 박사, 수퍼맨 등으로 희한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미국인들이 한국 신문을 읽을 줄 안다면 무엇이라고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을 훈련시킬 먼저 가르쳐 주는 게 있다. 고객을 찾아내는 프로스펙팅(Prospecting)을 한 뒤 고객을 찾게 되면 과연 그 고객이 서비스가 필요한 지 또는 준비가 된 고객인지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NUCLEAR’라는 단어를 활용해서 7가지 질문을 해보면 고객이 준비된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가 있다.
첫 번째는 건물을 구입할 것인지 또는 리스를 해야 하는지, 은행 재융자가 필요한지를 물어 봐야 한다.
둘째는 얼마나 빨리 이사를 가야 하는지, 익스체인지를 해야 하는지를 알아봐야 하며, 세 번째는 투자를 해야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네 번째는 다른 부동산 중개인과 일을 하고 있는지를 문의해 봐야 하며 다섯 번째는 고객이 기대하는 월세나 또는 가격이 어느 정도 인지를 문의해 봐야 한다.
여섯 번째는 만약 건물의 투자를 하거나 리스를 할 경우 사인을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나머지 일곱 번째는 자금이 확보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부동산 중개인 입장에서 사용하는 테크닉을 소개했다. 이 스크린 과정을 통해 준비가 된 고객, 그리고 꼭 투자를 하거나 리스를 할 준비된 고객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반대로 말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도 내가 준비된 사람인가를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는 리스트가 된다. 여기서 많은 고객들이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간 많은 고객들을 인터뷰하면서 몇 가지 질문에서는 더 준비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 걸 발견했다. 특히 다섯 번째는 고객의 예상 또는 기대하는 가격을 의미하는데 이 점에 대해선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일생 번 돈을 투자하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연구하는 자세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식당 건물을 리스했다. 그 유대인 주인을 만나서 놀란 건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보낸 14년 전 편지부터 다 수집을 하고 파일에 잘 보관하고 있으며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건물이 서비스가 필요 하니까 나를 불러 일을 맡기는 세밀함에 놀랐다. 우리 한인 투자가들도 배워야 할 사업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필립 박 WIN부동산 공동대표

(213) 487-7600 내선 205, philipp@wininvestm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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