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를 돌아보면서 살자

2004-0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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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정부는 다음 세대의 지도자가 될 젊은이들에게 민족주의 정서를 심각하게 가르치고 있다. 일본은 젊은이들에게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고 가르치고 있다.

지금 중국은 전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처럼 뜨겁다고 던져버릴 수도 없고 배가 고프다고 덥썩 먹어버릴 수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불과 지난 2년 전의 중국과 오늘의 중국의 차이는 50년을 넘어선 시차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중국 때문에 세계가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꼴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정부의 세계를 보는 자세는 너무 한심한 것이다.


작년 노대통령 방미시에 부산에서 몇 백대의 트럭 지입자들이 벌인 데모에 대처하는 정부에 대해 실망이 아닌 절망감으로 노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취소하고 귀국하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 지입 차주(車主)들의 무식함 보다도 한심한 정부, 공무원들의 무식함에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수출하기 위해서 돈이 없어서 굶고 뛰어다니고 바이어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밤잠 못 자고 코피 흘리면서 시중 들었는가 하면 오밤중에 공장으로 뛰어가서 공원들이 졸까봐 함께 손뼉 치면서 노래도 해야 하는 일인 오역으로 컨테이너 관리까지 하던 수많은 일꾼들의 땀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수출품이 제 시간에 바이어에게 인도되지 못하면 클레임 당한다는 약점을 쥐고 흔들어대는 데모에 나이 먹은 나의 눈에서 눈물이 아닌 피눈물로 고함을 질러야 하는 심정이 나 뿐만이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고베항과 같은 불구자 신세가 되었다. 부산항과 광양만이 3위의 일류 항구에서 중국의 상해와 선전항에 추월을 당하고 앞으로 다시는 상해와 경쟁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고, 경원선을 이용한 소련횡단 철도를 통과하는 화물 허브도 끝나버렸다.

또 이미 북한의 나진항을 중국과 일본이 한국의 경원선 경유사업을 피하고 나진항에서 70km 떨어진 자주비노항에서 모스크바까지 16일만에 구라파 시장의 문 앞까지 배달하는 계획이 일본 수상과 중국정부에 의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 그동안 업계에서 깔아놓았던 카펫을 이제는 못난 정부 때문에 하루아침에 치워버리게 되었다. 동북아 허브계획은 지난 18년간 소문 없이 추진한 전 총리(남덕우)의 꿈이 서려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오정, 삼오정 세대가 열번 죽었다 깨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경륜이라는 힘과 역사의 교훈을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04년에 세계는 어떤 상황이었나를 돌아보자. 2월에 러시아와 일본의 교전이 있었다. 이 때 중국은 중립을 선언한다. 4월에는 이미 중국은 각국 형법의 번역을 시작하고 있었다. 7월에는 장사 항구를 개항하였다. 일본은 대 러시아 선전포고를 했다. 9월에 일본은 심양을 점령했다. 또 영국 원정대는 티벳의 수도 랏사에 들어가 영국 티베트조약을 조인했다. 이렇게 일본은 동남아 정벌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1월 17일에는 중국이 다오위다오섬, 일본명은 센카루 열도, 각각 자기 영토임을 주장하는 가벼운 충돌이 벌어졌다. 지금 이 섬을 실제 일본이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 섬이 대만을 위해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은 다오위다오섬과 독도를 통해서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은 바다의 괴물이라는 이지스 함정을 2대에서 4대로 늘리고 대만도 2008년에 이지스 함정을 소유하게 된다. 자주국방이 무슨 폼 잡는 선전문구처럼 들린다.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에 안주하면서 미국보다 더 나은 레이다망 시스템을 개발, 이제는 미국이 일본의 신세를 지고 있
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국방에 필요한 레이다 방위망이 실제로 일본 방위청 상황실에서 먼저 분석해 미국방성에 알리고, 미 국방성은 이를 한국 국방부에 알리는데 단 4분밖에 안 걸리는데 이를 받아들인 한국정부의 대응에 걸리는 시간은 수시간 이상(?) 걸리는 어처구니 없는 망신을 연출하고 있었다.이제는 솔직히 불안하다는 마음을 감추려고 하지 않겠다.


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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