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불법체류자 신분의 ‘덫’

2004-0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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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아주 신빙성있는 한 소스로부터 미 연방수사국(FBI)이 한인 관련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당시 뉴욕 한인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범죄 중 FBI의 수사 대상이 될 만한 범죄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수사 대상은 한국인 밀입국 문제와 이에 따른 각종 범죄로 추측했었다.

이유는 뉴욕 한인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범죄와 각종 사회적 부작용의 큰 부분이 바로 체류 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밀입국, 공문서위조, 신분도용, 임금착취 등 상당수 범죄와 사기 행각이 미국에 입국, 체류하기를 희망하는 불법체류 한인들의 약점을 이용한 범죄이다.


아니나 다를까 FBI와 검찰은 지난달 19, 21, 30일 한인 유흥업소 업주 부부와 현직 연방 이민당국 미국인 요원을 각각 검거했다.이 사건에서 한인 부부와 이민당국 요원의 범죄여부 외에 주목해야 할 또다른 한 부분은 피
해 여성이 1만달러라는 거액의 수수료 지불을 약속하고 뉴욕 유흥업소에 취업한 뒤 이를 갚는 조건에 동의하고 한인업주를 따라 미국에 왔다는 사실이다.

JFK 공항에 도착한 순간 이들은 이민법 상 추방대상, 불법체류자가 됐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범죄 피해자가 될지라도 당국에 신고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뉴욕 한인사회에서 불법체류자를 둘러싼 각종 범죄가 성행하는 한 가지 사례인 것이다.

미 연방당국은 지난달 27일 멕시코 국경을 통해 개조된 SUV 차량에 숨어 밀입국을 시도한 한인 2명을 검거했다.취조과정에서 남자는 6,000달러를, 여자는 8,000달러를 입국 수수료로 내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본인들에게는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들이 국경에서 검거돼 입국 거부된 것이 어쩌면 자신들에게 다행스러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밀입국에 성공했다하더라도 브로커로부터 갖은 고초를 당한 뒤 피의자나 고소인으로 미 사법당국과 인연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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