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전화 에티켓 지킵시다

2004-0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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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받는 전화중 가끔 자신을 맨하탄의 미스터 김 또는 플러싱의 미세스 박 등으로 밝히는 답답한 경우가 많다. 맨하탄의 김씨나 플러싱의 박씨가 한 둘이 아닐진대 다시 물어봐도 같은 대답만 반복하는 경우는 정말 얼떨떨하다.

특히 거만한 태도로 여성이 받으면 반말로 하인 부리는 듯한 태도의 남성우월주의자들의 전화 에티켓을 보면 한때 개그인 사이에서 유행어로 펴졌던 문장을 전화로 바꿔 “그 전화 언제 고장나나”로 한탄하고 싶을 때도 있다.

미국의 전화 에티켓이란 한국의 전화 에티켓에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과잉이 아닌가 할 정도로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소개하고 통화를 원하는 사람을 찾는다. 전화를 건 사람이 찾는 사람이 없을때는 “아쉽지만(Sorry) 자리에 안계십니다”란 표현을 쓴다.미국에서의 전화에 대한 공손한 인상이 한국에서 이런 전화의 에티켓은 꼭 배웠으면 한다고 손가락에 꼽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에티켓이 셀폰과 텔레마켓팅의 급증으로 많이 거칠어지고 있다. 처음 셀폰 이용자는 극장이나 공연장 등 공중장소에서 남에게 실례가 될 까봐 전화를 빨리 끊었지만 요즘은 거리낌없이 통화를 길게 해 상대방의 불편을 유발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CNN이 셀폰 이용 에티켓의 현 주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셀폰 통화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즉 극장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 큰 소리로 셀폰을 이용하는 것에 반감을 갖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또 휴대전화 민감증과 집착증이 새로운 유형의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시끄러운 곳에 오랫동안 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소리에 민감해져 벨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셀폰으로 착각하는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 못받은 전화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집착 증세를 보이면서 정신적으로 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화 에티켓을 잘 살려 생활에 편리를 주는 셀폰이나 전화가 누구에게나 편리를 주는 기기로 자리잡기를 고대해본다.


이민수(취재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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