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날 정취와 국력의 영향

2004-02-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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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은 언제나 추운 날이다. 신문을 펼치니 설날 특집판 전면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낙네들이 보인다.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보는 순간 어릴 적 일가친척들만 모여 살던 집성촌 이루며 고향의 정취가 문득 떠올랐다.

고향이 그립기만 하다. 설날 어른께 세배 드리면 두 손 꼭 잡아주시며 머리 쓰다듬어 주시며 덕담 주시던 큰아버지의 근엄한 얼굴과 큰어머니의 밝은 표정과 함께 사랑의 정 주시던 설날의 푸근했던 때가 머리에 절로 떠오른다.

또 다른 신문에는 기억에도 생생한 68년 베트남 전쟁 당시의 처절했던 한 장면의 사진이다. 당시 사이공 대로상에서 베트콩으로 보이는 사람을 총살하는 장면이다. 당하는 쪽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오기와 증오에 차서 가하는 쪽의 굳은 얼굴이 눈길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한국 소식의 라디오방송 뉴스는 웬말인가. 60%가 넘는 국민이 설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다는 것과 풍물놀이를 비롯, 윷놀이, 널뛰기 등등의 미풍양속을 즐기는 것도 1/4 정도라고 하니 어찌 보면 우리의 정서와 풍속의 뿌리가 병들었거나 썩어져 민족의 얼이 크게 흔들려 국민정서가 메말라가고 있지 않나 염려된다.

그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그럴 수도 있을거라 할 것이나 언제부터 우리의 민족문화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변화는 어떤 모양일 것인지 궁금하여진다.

그리고 출근길 방송 프로그램 중에 떡방앗간과의 전화탐방에서 떡 주문량이 우리 한인은 얼마 없고 중국인이 대부분이라 하는데 여기서 대부분이란 말의 의미는 떡 주문의 90%가 중국인이란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듣는 순간 가슴 찡하며 서글펐다. 그러잖아도 때가 때인 만큼 허전하며 쓸쓸한 심경인데 더 가중되었다. 이어서 플러싱에서 우리 한국인과 중국인 공동으로 설맞이 퍼레이드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행사의 중도적 역할은 우리 한인이 하였으나 정작 참여한 중국인이 역시 한국인 보다 훨씬 많았다 한다.

설날 아침 신문 특집판에 게재된 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음미하게 함이었을까.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일 것이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두 아낙네는 조국과 민족의 정치와 향수를 느끼게 하였으며 따라서 이 때만이라도 마음으로나마 부모, 형제, 이웃들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진의 사이공 대로상에서의 총살 장
면은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이는 분단 조국의 현실과 위험을 실제상황이 전개됨의 우려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국가보위와 국민 생존권을 새롭게 고취시켜 주기 위함이라 느꼈다.

그렇다. 그리고 심도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국력의 우위를 앞세워 국제관계를 주도하는 현실 세계질서에서 그 어떤 원인으로 해 실제 현재상황으로 돌발할 수도 있다 할 때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정확한 진단과 면밀한 대응 대처의 방안 모색을 국제외교와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야 할 일이다.


반목의 근원을 발췌하여 마음문을 열고 진솔한 상호간의 이해와 양보, 그리고 은유하며 공조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고 본다.이것이 곧 분단 조국의 현실과 실제상황 간의 괴리를 떨칠 수 있을 것이며, 민생의 평안과 안녕을 기하는 길이요, 평화통일의 날도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현재의 위치에 처해있는 어려움을 탓하거나 한탄스러워 하기보다는 중지를 모아 어떻게 하면 슬기와 지혜로 참고 견디며 밝은 내일로 넘어가느냐가 과제일 상 싶다.


이상로(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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