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한표로 현명한 정치력 보일 때다

2004-0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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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연일 불법 정치자금 조성으로 인해 온통 난리다. 기업들의 정치헌금에 대해서 제대로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도 있고 그로 인해 분명히 청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검찰은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정치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자금이다. 현 부시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정치자금 모금이었다. 역사상 미국의 정치자금 모금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면 누가 어떤 단체가 왜 정치자금을 내는가? 그 누구도 그냥 그 후보가 좋아서 정치자금을 주는 어리석은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사실상 로비의 한 형태가 정치자금이다.


로비에는 많은 단체들이 연대해서 특정 정치인에 대해서 법안의 상정을 하게 하거나 못하게 하는 압력으로 팩스를 보내기, 전화 걸기, 편지 보내기, 신문에 광고하기, 그리고 직접 방문을 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특히 민권단체들이나 소수민족 그리고 노동조합 등이 이러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들도 물론 때에 따라서 정치헌금을 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낼 수 있는 자금이 그리 넉넉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유권자의 표를 가지고 압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그외 주로 정치자금을 내는 부류는 기업들이다. 당연히 기업들은 세제 혜택이나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이 당선이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특혜를 조건으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준다. 이것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기업인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와 같은 소수민족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역정치인들에게는 표가 직접적인 뒷받침이 되면서 정치헌금이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연방급 정치인들에게는 실질적인 표가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자금만으로는 정치인들의 주목을 받기가 어렵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수없이 정치자금을 모아서 각각의 후보들에게 헌금했다. 그런데 어떤 요구를 가지고 정치헌금을 했는지 구체적이지 않았고 또한 한인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그들이 한인커뮤니티를 위해서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거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동포사회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정치자금은 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커뮤니티의 현안을 후보에게 요청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형태는 없어져야 한다.

없는 돈 한인사회에서 모아서 매년 후보에게 갖다 주고 사진 한 번 찍고 마는 것. 이런 경우 정치인들이 우릴 우습게 생각한다. 아무런 요구조건도 없고 그냥 자기 생각만 한마디 하고 기분 좋게 사진만 찍으면 그만으로 생각하니까. 지난번 이민 100주년 폐회식 때 정치인들은 우리 한인들에게 상식 이하의 짓거리를 했다. 온다고 해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았다.


이제부터 자신의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서 한인사회로부터 모금해서 유명 정치인들에게 갖다 바치는 몰지각한 인사들이 우리 한인사회에는 없기를 바란다. 특히 올해 선거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정치인을 위해서 어리석은 정치헌금에 노력을 기울이는 형태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한인들의 단결된 표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특별한 현안(서류 미비자 사면, 서류미비 학생 사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네일이나 세탁업에 관련된 법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고 돈을 모아줄 바에는 차라리 한인사회를 위해서 봉사하고 있는 단체들에 기부를 하는 것이 백번 나을 것이다.

김동찬(뉴욕유권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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