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간접선거

2004-01-30 (금)
크게 작게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민주, 공화 양당은 6월까지 주별로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밝힌 대의원을 선정,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이 전당대회 대의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선출한다. 하나는 일반 유권자들이 모두 참여해 직접 투표하는 예비선거 방식이며, 또 다른 방식은 등록된 당원만이 투표 자격을 갖는 코커스다. 현재 대다수의 주에서는 예비
선거를 채택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내에서 비중 있는 경쟁자의 도전이 예상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예비선거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딕 체니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정하고 뉴욕에서 열리는 전당대회(8월30일~9월2일)도 2000년보다 한달 늦게 잡았다.


반면 아이오와 코커스,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치른 민주당은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6개주 예비선거를 치르면서 후보의 윤곽을 잡은 뒤 3월 10개주 예비선거에서 사실상 후보를 확정한다. 모두 55개의 예비선거(50개주에다 워싱턴DC, 그리고 4개의 미국령 포함)를 치러야 하지만 3월이면 뒤 처진 경쟁자들이 자진 사퇴하면서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한 달 앞선 7월26~29일 보스턴에서 전당대회를 연다.
이렇게 선출된 민주, 공화 양 후보는 9월초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해 3차례의 TV 토론회 등을 거치는 등 절정으로 치달아 오는 11월2일 제44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대선 역시 유권자들이 직접 뽑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들에 투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50개주는 인구 비례에 따라 선거인단 숫자가 다르며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조리 차지한다. 총수는 538명으로 캘리포니아주(54명)가 제일 많고 델라웨어, 알래스카, 워싱턴DC 등은 3명으로 가장 적다.

70년대 한국에서 초등교육을 받으며 당시 한국의 대통령 선거방식이 가장 민주적이며 미국적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유권자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당시의 체육관 선거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현재 뉴욕한인회가 간접선거로 회장을 뽑는 회칙 개정을 고려중이다. 지역, 직능, 봉사단체장들을 선거인단으로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논
의가 진행되고 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유권자의 뜻을 선거에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미국 선거 방식을 통해 알 수 있다. 과연 뉴욕한인회가 한인사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선거방식을 마련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장래준(취재부 차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