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미지(Image) 전쟁시대

2004-0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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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왜 화장을 하는가. 한 술 더 떠서 여자처럼 성형수술은 왜 하는가. 주름살 제거한다는 보톡스 주사도 맞기도 하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 고양에 있기 때문이리라. 잘 팔릴 수 있다는 말이다. 숱한 사람들의시선을 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지는 양면의 칼날 같다. 물론 좋은 이미지와 내용(질)이 합쳐질 때야 양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도 있지만 이미지(=형태)만 좋을 뿐, 내용이 나쁠 때는 한 날개의 새처럼 추락하기도 한다.사람의 이미지나 상품이 갖는 이미지나 이미지를 접미사로 붙일 수 있는 모든 사상(事象)에 다 적용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좋은 이미지의 구축에는 시간이 걸린다. 겉과 속이 같다는 일반 개념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이 필요하고 연구가 필요하고 심지어는 홍보가 필요한 지도 모른다.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상품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는 일단 구축하고 나면 오래 가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사람들이 쉽게 잊어버리는가 하면 나쁜 이미지는 오랫동안 간직하는 버릇이 있다.

예를 꼭 든다면 소니 제품이나 토요타 제품은 미국에서 견고한 시장을 구축해 놓았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에드워드 케네디가 두 형제를 암살에 잃어버리고 마지막 남은 가문의 기수 자리를 못 지킨 이유는 여대생의 죽음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그를 따라다니기 때문 아닌가.

지난주 뉴욕타임스 일요판 스포츠란에 나와있는 기사를 예로 또 들어보자. 미셸 위에 관한 기사다. “Wie’s talent and poise are impressive at any age.(미셸 위의 재능과 몸가짐은 나이에 상관없이 인상적이다(필자의 역)). 그녀는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하와이에서 있었던 ‘소니 오픈’ PGA 골프대회에서 140명 참가 80위를 차지했지만 아깝게도 1타 차이로 본
선 출전을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그녀가 일반 독자에게 던져주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자. 14세 어린 나이에 훤칠한 키와 미모(동양적?)라는 외형적 이미지와 300야드나 때리는 드라이브 실력에 58피트짜리 퍼팅도 버디로 잡는 실력을 가진 외형(=형식)과 내용(=실력 또는 질)이 잘 조화된 결과이리라.

한 걸음 더 나가 보자. 이 기사 중에 어디에도 코리안이란 단어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그녀도 “우리 한인을 위해서”라든지 “대한민국의 영광스런” 그런 표현을 일체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보거나 그녀의 프로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인 2세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들에게는 한인 전체 뿐만 아니라 조국 대한민국에 엄청난 긍정적 이미지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보면 ‘나’라는 개체와 집단으로서의 ‘우리’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한인사회를 빛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많이 나오고 있다. 여성 골프계에는 이제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한인 또는 한국계가 휩쓸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음악·예술계에서는 얼마 전에 공연한 사라 장이라든지 정 트리오 같은 한인이 기라성같이 빛을 발하는가 하면 작가로서 문학계에서 이창래를 비롯 많은 문학가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고홍주 예일법대 신임학장 임명은 이제는 학계에까지 한인의 성가(聲價)를 높이고 있는 지금이다. 그리고 한인 또는 한인사회의 ‘우리’라는 이미지 내지는 성가 발휘를 위해서 많은 단체들이 활동해 왔고 또 더욱 그 활동이 왕성해 가고 있는 올해다. 정치참여운동이나 정치력신장 운동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인생활에서, 속해있는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더불어 잘 살아갈 줄 알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개인 하나 하나가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있다는 의식만 갖고 있다면 한인사회 전체 이미지나 거기에 따르는 종국적 목적인 정치력도 따르리라 믿는다.

개인으로서 ‘나’와 한인공동체로서의 ‘우리’의 조화를 강조하고 싶다는 말이다.끝으로 재외동포 정책 관련부처는 한인 네트웍이나 뿌리교육 차원에서 본국 중심의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재외동포가 현지생활에서 더욱 번창할 수 있도록 관심의 방향 전환을 촉구해 보고 싶다.


방준재(청소년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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