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을 얻으려고 데모하나

2004-01-28 (수)
크게 작게
가릴 곳 안 가릴 곳 아무데나 나서서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싸리울타리 터진데 개 주둥이 내밀듯 한다>는 말이 있다.

붉은 띠 두르고 반미구호 외치는 한총련, 민노총, 전교조 외에 범민련 남측 본부, 참여연대 등이 그들인데 스무 발가락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막강한 세력의 민노총은 보안법 폐지, 미군 철수, 북미조약 체결 등 숫제 북한의 연방제 통일노선을 운위하며 한 술 더 떠 “현 정권을 타도하고 노동자 농민이 정권을 잡아 세상을 확 뒤집자”고 김정일의 입을 대신하고 있다.

더러운 돈거래로 남북회담을 구걸한 김대중 정권과 닭갈비 같은 햇볕정책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소아마비로 태어난 노정권이나 덩치만 컸다 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대 야당 얘기 따위는 모두가 그 밥에 그 나물이니 표 잘못 찍은 어리석은 백성들의 업보로 생각하고 덮어 두자.


동족상잔의 민족적 비극인 육이오 동란은 북한의 김일성이 소련의 사주를 받아 기습 남침함으로서 15만 이상의 사상자를 낸, 미국을 비롯해서 유엔 참전국과 온 세계가 인정한 역사적 사건인데 입만 열면 ‘양키들 물러가라’ 아우성이니 이들이 자기를 낳아준 생부모인들 믿겠는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목숨 걸고 도와준 것이지 어깨가 근질거려 남들 싸움에 끼어든 것이 아니다. 평양도 아닌 서울에서 붉은 기를 휘두르며 맘껏 데모하는, 요나마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혈맹인 미국의 덕임을 모른다면 배은망덕도 유분수다.

옛 말씀에 <남의 밥을 얻어 먹었으면 그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食人之食者死人之事)>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밥 정도가 아니라 나라를 구해준 일이다. 직접 보지 않아 못 믿는다? 당신들의 부모가 숫처녀 총각으로 결혼식 올리는 것 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우리의 혈맹인 미국을 욕하려면 당신들이 평양 시내에서도 김정일을 향해 중공이나 소련에 사대(事大)하지 말라고 데모를 해얄텐데 그러고도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냉수를 마셔도 수령님의 덕, 똥을 누어도 장군님의 은총인데 데모라는 것, 시작인들 할 수 있다고 자신 하나. 별 따오는 일이 더 쉬울 것이고 총 맞아 죽을 염려도 없을 것이다.

맑스·엥겔스가 주창한 공산당 선언은 프로레타리아가 혁명을 일으켜 착취 계급들로부터 인간의 완전한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자는 노동자 농민의 운동인데 지금 북한에선 노동자 농민들 수백만이 굶어죽든 말든 군인들만 먹여 살리고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무엇하랴.

이런 차별적 통치행위가 지상 낙원의 정치인가. 인민의 눈, 귀, 입을 틀어막고 굶어 죽더라도 “우리 식으로 살자”는 것이 주체사상이라는 것인지, 뭐라도 좀 알고나 데모를 하는가 묻고 싶다.


밤을 낮 삼아 자주통일 하는데 통일하면 자유가 무지개 타고 오는가. 오십년만에 만나 피눈물의 정을 나누면서도 감시자 동무의 눈치를 봐야 하는 그 정권 아래 숨쉬는 자유 말고 다른 자유 있으면 말해 보라.

통일도 좋고 반미도 좋다. 육이오의 천만 이산가족들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피붙이들 만나게 해 준다면 민족 모두가 기뻐서 통곡하리라. 통일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 명색 식자층에서 통일 논의를 하는 모양인데 시간, 정력의 낭비일 뿐, 귀신들 고스톱 치는 소리이지 바랄 것이 없다.

붉게 하자는 것인지, 희게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하실의 낮은 계단 따라 연이어진 방을 통합한다는 말인지 도무지 알쏭달쏭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안도 있지만 우리네 보통 머리론 감이 잡히지 않는다.

데모꾼님들! 아시다시피 내 몸 속에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고 백혈구는 침입한 적군을 잡아먹지요. 두 혈구가 이념과 사상으로 싸워 적혈구가 강렬한 색과 독성으로 순백한 백혈구를 죽이면 내 자신도 그냥 끝이라는 것, 여러분들도 잘 알 것이다.


이홍재(리버티뱅크 근무)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