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돈의 행복론

2004-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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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413개 대학 신입생 26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UCLA 고등교육 조사기관이 조사한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 대학 신입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 즉 돈을 많이 버는 것이 73.8%, 의미있는 인생관 형성이 39.3%였다고 한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은 학생들이 돈 버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조사는 1967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는데 첫번째 조사에서는 돈이 41.9%, 의미있는 인생관이 85.5%였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돈을 중요시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나 이제는 정반대로 역전되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날이 갈수록 인정이나 의리, 도덕 등 인간관계 보다는 돈이 점점 더 중시되는 물질주의 경향이 팽배하는 현상이 이 조사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을 좋아한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물질을 우리는 돈으로 살 수가 있다. 돈이 많으면 더 좋은 물질을 더 많이 사서, 누릴 수 있게 된다. 좋은 집, 좋은 차, 고급 옷을 살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돈이 있으면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고 영양분을 공급받아 수명도 연장된다. 젊음과 아름다운 이성도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러니 돈은 물질만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로 인한 행복을 주기까지 한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좋은 집, 좋은 차를 사기는 커녕 하루 세끼 떼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질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지고 가족간에 불화마저 생겨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돈은 우리에게 제 6감과 같은 것이며 이것이 없이는 다른 5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사흘 굶어서 도둑질을 안 할 사람이 없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조지 버나드 쇼는 “돈의 결핍이 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이렇게 돈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지만 특히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의 위력이 권력과 명예를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는다. 또 민주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재산을 생명과 함께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한다. 모든 것이 돈으로 측정되고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는 이 시대에는 “돈이 말한다(Money Talks)”고 한다.

돈을 버는데 귀재는 역시 유대인이다. 유대인의 경전인 탈무드에는 돈을 버는 장사에 대한 내용이 많다. 돈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세 가지가 있다. 고민, 말다툼, 빈 지갑, 그 중에서도 빈 지갑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 “신체의 모든 부분은 마음에 의지하고 있다. 마음은 지갑에 의지한다” “부귀는 요새이며 빈곤은 폐허다” 이런 인생관으로 무장된 유대인들은 고대로부터 지독하게 돈을 벌어 오늘날 그 돈의 힘으로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런 돈이 행복의 원천임은 사실이지만 또 돈이 악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다. 돈을 벌면 벌수록 욕심이 커지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남의 것을 빼앗고 범죄까지 저지르게 한다. 이렇게 되면 돈은 우리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만다.


어디 그 뿐인가. 돈을 버는데 급급하여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기까지 하며 돈 때문에 부모자식간, 형제간, 부부간이 원수 사이가 되며 부정부패를 저질러 공익과 국익을 해치고 감옥에 가는 사람 등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돈은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학생들도 돈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돈이 행복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느냐 하는 인생관이 또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기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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