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자회담과 북핵문제해결

2004-0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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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추진되고 있는 6자회담의 재개로 다시금 한반도 문제는 국제사회의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다.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기치 아래 지속적인 패권을 노리는 미국을 위시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개입된 6자회담의 향방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다.

더우기 한국정부는 미군기지를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전격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내에서 군사상 미국이 전략적 후퇴가 암시되고 있다. 또한 대미 라인의 핵심을 이루는 외교부의 대대적인 인사조치는 한미관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자주파와 한미동맹파라는 이분적인 경계를 넘어서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방위권에서 벗어나 자주노선을 견지할 만큼 역사적으로 강하지 못한 점을 비추어 볼 때 대미정책의 현명한 외교적 전략만이 현재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시찰하고 돌아옴으로써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는 이라크전 후 북한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여 자신의 재선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시키려는 것이다.


이라크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테러상황과 복구사업의 미진함으로 인해 떨어진 인기를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여 만회하려는 것이다. 북한에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경우 발생되는 한반도의 위기와 그에 따른 주변국들의 안전 위협은 결국 부시정부의 외교전략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과 북한등에 대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한 리비아의 선례를 따르도록 촉구했다. 핵 및 생화학무기 보유 국가들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강경노선이 성과를 거두어 이라크 침공 및 리바이의 핵무기 계획 포기 선언을 이끌었다며 이란과 북한 등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리비아의 모범을 따르도록 촉구한 것이다.

콜린 파웰 국무장관은 21일 북한의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며 북한이 결국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북핵 시찰단이 파견된 후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대북정책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파웰 장군의 이같은 발언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담당 차관보가 6자회담 개최를 위한 3자 정책협의회
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대표들과의 개별회동 중에 발표돼 더욱 신빙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당사자인 입장에서 들여다 보면 북한이 핵 보유와 그에 상응하는 핵사용 가능성이 정확히 진단되지 않고 단지 북한이 핵개발을 과대포장해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한 외교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핵문제를 들고나올 때부터 예견된 것처럼 이라크전 후 예상되었던 북한전에 대해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셈에서 나온 것
이기도 하다.

이번 6자회담에는 사전합의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고 북한의 태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협의하자는 정도의 내용을 보면 6자회담 국가들을 요리하는 북한의 외교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우기 북한은 완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제의했고, 미국 또한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의 무력적 행위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태도는 새해 들어 6자회담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나 그들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이 약속되지 않는다면 6자회담의 성과도 그리 기대할만한 것이 아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을 위시해 주변국가들의 외교노선을 정확히 파악하여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주적이며 탄탄한 외교전략에서만이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써니 리(보스턴 퍼블릭스쿨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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