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지에의 전투’(The Battle of Algiers)★★★★½

2004-01-0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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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게릴라전의 교범 같은 이 영화는 1950년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항구 도시 알지에서 일어났던 시민들의 테러전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정치영화다. 1965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이번에 새 프린트에 새 자막으로 오랜만에 재상영된다.
거친 흑백 화면에 현지에서 손으로 들고 찍은 촬영 그리고 비배우들과 수천명의 알지에 시민들을 엑스트라로 동원해 만들어 기록영화를 보는 것 같다.
직접 게릴라전에 참가했던 지도자 사디 야세프의 옥중수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해 테러전을 치르고 있는 요즘 상황에 상응하는 영화인데 얼마전 미국방부는 군 주요인사들을 초청해 이 영화를 관람시켰다. 게릴라 조직과 요원 모집과 테러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프랑스군의 반테러 작전 등이 상세히 묘사된다.
1957년 10월 회교도들의 거주지인 알지에의 카스바의 한 집 벽 속에 숨은 게릴라 지도자 알리 등 4명이 프랑스군의 투항명령을 거부, 폭사 당하기 직전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시작된다. 1954년 11월 알제리 독립운동단체인 국민해방전선이 ‘알지에의 전투’라 불려진 도시 게릴라전을 시작한다.
미로 같은 골목들로 이뤄진 카스바를 본거지로 한 대 프랑스 테러전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드골 정부는 전투 경험이 많고 무자비한 공수부대를 파견, 테러 진압에 나선다.
상호간 테러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알지에는 전장화 하는데 군지휘관 마티외 대령(장 마르탕-이 영화의 유일한 직업 배우)은 고문 등 무자비한 수단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게릴라 조직을 파괴한다.
긴박감 넘치는 부분은 3명의 회교도 여인들이 유럽인으로 위장한 뒤 폭탄이 든 가방으로 프랑스인 구역의 카페와 에어프랑스 터미널을 폭파하는 장면. 요즘의 이라크 상황을 생각케 만드는 장면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알리의 폭사 후 일단 ‘알지에의 전투’는 끝나나 그 후 3년 뒤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함께 혁명의 불길이 재점화되면서 마침내 프랑스는 1962년 알제리에서 철수한다.
1970년대까지 프랑스에서는 상영금지 됐던 영화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타악기를 주로 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감독은 이탈리안 질로 폰테코르보. 성인용. Rialto. 선셋5(323-848-3500),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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