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매매때 계약취소 쉬워졌다

2004-0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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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구입계약서 주요내용

콘틴젠시등 모호한 조항 명확히 규정
에스크로 종료전 17일 점검기간 설정
이때 계약취소해도 페널티 전혀 없어
논란소지 주택 수리요구 조항은 삭제


미국은 계약의 나라라고 할만큼 단돈 1,000달러가 오갈때도 계약서에 서명하고 꼼꼼한 사람들은 공증은 물론 변호사에게 맡기기까지 한다. 당연히 수십만 달러가 오고가는 주택을 사고팔 때 사용하는 구입계약서(Purchasing Agreement)는 그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해서 일반인들은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가주부동산협회(CAR)가 2000년이후 처음으로 개정한 구입계약서는 그동안 모호했던 규정을 명확히 했으며 바이어의 권리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알아본다.



개정된 구입계약서는 무엇보다도 에스크로에 들어간 주택에 대한 바이어와 셀러의 권리와 책임 부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바이어와 셀러간의 시비와 법정공방의 주요 원인이 돼왔던 구입 취소 및 전제조건(콘틴젠시: Contingency) 조항을 정확하게 명시했다.
이에따라 바이어와 셀러 모두 매매와 매입을 취소하기가 쉬워졌으며 바이어는 디파짓을 돌려받기가 쉬워졌다. 새 구입계약서는 또 에스크로가 끝나기전 17일간의 점검 기간(Inspection Period)을 설정, 이 기간에는 바이어가 원할 경우 아무런 페널티를 내지 않아도 주택 구입을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구입계약서 도입으로 바이어와 셀러간의 주택 구입에 따른 서류수는 증가했지만 바이어와 셀러간의 법정소송이 60∼70%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 구입계약서에 대해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바이어의 권리가 너무 강화돼 셀러가 피해를 볼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택이 나오자 마자 여러명의 바이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없어도 일단 구입 오퍼를 내 주택을 확보해놓는 얌체 바이어들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오퍼가 취소된 주택은 ‘문제가 있는 주택’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 계약서는 최소한 2010년까지는 추가 개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 매입과 매매
바이어 입장에서는 자신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파는 조건으로 오퍼를 낼 경우 새로 개정된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
이 계약서(Contingency for Sale or Purchase of Other Property)에는 제3의 주택을 언제까지 매각하고 매각이 불가능해질 경우 언제까지 구입 취소가 가능한지 등의 조건이 명시되게 된다. 반대로 셀러 입장에서도 현 집을 팔고 새로 이사하게될 제3의 주택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주택을 팔때에도 같은 규정의 영향을 받는다.
▲해충 제거 경비
이전에 사용되던 구입계약서는 흰개미(Termite), 바퀴벌레, 쥐 등 해충 제거경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관례에 따라 남가주에서는 셀러가 해충 제거 경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액수도 수천, 수만달러에 달할 경우가 많았다.
새 규정은 그러나 해충 문제도 일반 주택상의 문제로 간주, 셀러나 바이어가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했다. 셀러가 해충 제거 경비를 부담키로 합의할 경우, 새로 만들어진 계약서(Wood Destroying Pest Inspection and Allocation of Cost Addendum)를 작성해야한다.
▲주택 수리요구 조항 제거
새 구입계약서에서는 바이어가 주택 수리를 요구할 때 더 이상 ‘합리적인’(Reasonable)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관련, 가주부동산협회는 어떤 수리 요구가 ‘합리적인’ 것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해 바이어와 셀러간에 논쟁의 시비를 제공했다며 제거 이유를 밝혔다.
또 새 규정은 바이어가 집 구입을 취소하기위한 빌미로 각종 주택 수리를 요구하는 관행을 제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콘틴젠시 규정 변경
이전에는 콘틴젠시는 양측간에 ‘수동적으로’(Passive Removal)으로 해결됐었다. 즉 특정기간안에 콘틴젠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이 계약을 일반적으로 취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수동적 해결방식은 정확한 해결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양측간에 논쟁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다. 콘틴젠시는 부동산 구입에서 가장 많은 법정 소송을 불러일으키는 분야다.
새 구입계약서는 해결 방식을 수동적에서 ‘적극적’(Active Removal) 해결방식으로 변경했다. 적극적 해결방식에 따라 더 이상 특정기간안에 콘틴젠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콘틴젠시를 해결할 의무가 있는 측은 새로운 서류인 ‘Receipt for Reports and Active Contingency Removal’을 상대방측에게 전달해야한다. 이 서류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았거나 콘틴젠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또다른 서류(셀러의 경우 ‘Notice to Buyer to Perform’, 바이어의 경우 ‘Notice to Seller to Perform’)를 제출한다. 이 서류는 24시간내에 콘틴젠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이 서류에 해당되는 주요 콘틴젠시들은 융자, 감정, 타이틀 서치와 디포짓, 다운페이먼트 등 주택수리와 금전적 내용을 모두 포함한다.
▲주택 구입에 따른 이행 기간의 일원화
구 구입계약서는 각종 콘틴젠시에 따른 이행기간이 다르고 종류도 너무 많아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집 구입의 지연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높았었다. 새 구입계약서는 바이어와 셀러가 이행 기간을 설정할 경우 7일과 17일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어가 셀러가 합의할 경우에 한해 다른 이행기간을 선택할 수는 있다.

<조환동 기자> john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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