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Whale Rider ★★★1/2

2003-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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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동부의 한 작은 어촌 완가라의 마오리족의 오랜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신비하고 마법적인 분위기를 지닌 한 소녀의 성장기다. 매지컬 리얼리즘 수법으로 묘사한 독립심 강한 소녀의 불굴의 자유 혼과 자신의 운명과 가치를 스스로 개척하고 확립하는 이야기가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따스하면서도 유려하게 펼쳐진다.


수천년 전 고래를 타고 와 마을을 세운 조상의 전설에 따라 완가라의 지도자 자리는 늘 첫아들에게 전승된다. 그런데 현 지도자인 고집 세고 전통을 고수하는 코로(라위리 파라데네)의 손자를 출산하던 며느리가 아기와 함께 사망하고 이 아기의 여자 쌍둥이인 파이(케이샤 캐슬-휴스)만 살아 남으며 코로는 큰 슬픔에 빠진다. 파이의 아버지마저 슬픔을 못 견뎌 해외로 떠나면서 파이는 코로의 외면 속에 현명한 할머니 플라워스에 의해 키워진다.

파이가 12세 때 여자는 아무짝에 쓸모 없다고 말하는 코로는 차기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선발된 마을 소년들을 지도한다. 파이는 이를 숨어서 지켜보며 독학을 하면서 혼자 마을 지도자의 꿈을 키운다. 그런데 어느 날 고래 떼들이 까닭 모르게 해변으로 떠밀려 오면서 온 마을 사람들이 고래 구출작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파이는 그 중에서 가장 큰고래 위에 올라타고 고래와 함께 바다를 향해 떠난다(파이가 고래 등을 타고 수중여행을 하는 장면이 신비하고 아름답다). 파이는 과연 마을의 오랜 전통을 깨지 않고 지키면서도 마을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수천년 묵은 동네 전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원작으로 작가는 이 마을 태생의 위티 이히마레라. 소설을 여류감독 니키 카로가 각색하고 연출했다. 마오리족의 생활관습과 문화와 전통을 보여주면서 한 소녀의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가 우화처럼 묘사된다.

고래의 울음소리와 바다 그리고 마치 신탁과도 같은 마을 지도자의 선택 등이 옛날 얘기처럼 아기자기하니 재미있으면서도 보는 사람의 정신을 고양시켜 주는 가슴 흐뭇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데뷔한 캐슬-휴즈의 조용하면서도 안으로 힘찬 다부진 연기가 훌륭하다. PG-13. Newmarket. 아크라이트(323-464-4226), 그로브(323-692-0829), 파빌리언(310-475-0202), 모니카(310-394-9741), 빌리지3(800-FANDANGO #162), 리알토(626-799-9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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