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페인 여인숙’ (L、auberge Espagnole)★★★★½

2003-05-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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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프랑스 속어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온갖 잡동사니들의 무법지대’라는 뜻.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아파트에 동거하는 다국적 7인 대학생들이 빚는 젊음의 활기로 가득 찬 아기자기하니 재미난 요절복통 익살극이자 인간미 훈훈한 드라마다. 프랑스 영화로 감독은 이 영화처럼 경쾌한 ‘고양이가 달아났네’를 만든 세드릭 클라피쉬인데 각본도 썼다.


다양한 모양과 성격의 인물들이 나오는 다양성 찬양의 영화이자 주인공인 프랑스 남학생의 성장기이기도 한데 매우 신선하다. 재미(?) 있는 것은 유럽의 다양성을 극구 칭찬한 반면 미국은 기타 치는 민하게 생긴 청년을 빌어 멍청한 나라의 대표로 묘사한 점.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 알기를 우습게 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

경제학을 전공한 25세의 프랑스 모범 청년 자비에르(로맹 뒤리)는 취직을 위한 스페인어 학습 차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 바르셀로나로 간다. 떠나기 전 애인 마르틴(오드리 토투)과의 이별이 서러워 눈물을 흘리고. 자비에르는 비행기를 함께 탄 프랑스인 의사와 그의 고독한 아내 안 소피(쥐디트 고드레쉬)를 사귀는데 묵을 곳을 정하기 전까지 두 사람의 아파트에 머문다. 후에 자비에르와 안 소피는 뜨거운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된다.


자비에르가 시험까지 치르고 입주한 아파트는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및 영국 학생들이 동거하는 다국적 ‘여인숙’. 일곱명 중 남자가 넷 여자가 셋으로 자비에르는 자기보다 후에 입주한 벨기에서 온 레즈비언 이자벨(세실 드 프랑스)과 가장 친해지는데 자비에르가 환상 속에 욕심내던 안 소피를 유혹하는 법도 이자벨이 가르쳐줬다.

태양과 역동성과 다양성으로 뽐내는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다국적 젊은이들이 저지르고 겪는 시행착오와 혼란 그리고 사랑과 우정과 뜻하지 않은 연결과 이별과 과음과 춤의 파티가 다채롭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영국 여학생 웬디(켈리 라일리)가 섹스용인 미국 청년과 베드에 누워 있을 때 뜻밖에 웬디를 찾아 공항에 내린 애인으로부터 웬디를 구하기 위한 아파트 동료들의 모험. 다양한 인물들의 연기도 좋은데 웬디의 철없는 인종차별주의자 남동생 윌리엄역의 케빈 비숍이 웃긴다.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 베벌리센터(800-555-TELL), 모니카(310-3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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