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말산행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2002-12-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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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이 멕시코에서 올라와서 미서부 대륙을 거쳐 캐나다까지 간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지만 로키산맥 위에 있는 등산로만을 타고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으리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이라고 부르는 등산로인데 샌디에고에서 시작해서 캘리포니아를 종단해 오리건을 통과하고 워싱턴주를 거쳐 캐나다 국경까지 가는 장장 2,500마일이나 되는 긴 트레일이다.
말하자면 미서부 남북을 달리는 인터스테이트 산상 트레일인 셈인데 양쪽에서 수많은 로컬 등산로들이 올라와 여기에 연결된다.이 트레일은 착상부터가 재미있고 기발하다.
1932년에 패사디나에 살면서 등산을 무척 좋아했던 클린턴 C. 클라크라는 사람이 처음 PCT에 대한 구상을 가지고 연방정부에 건의했는데 그 당시로서는 사람이 다니는 땅 위의 길도 충분하게 만들지 못하면서 사람이 많이 다니지도 않는 산 위의 등산길을 걱정한다는 자체가 돈키호테적 발상이라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갖고 평생을 씨름하다가 1957년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정부 요로에 로비도 많이 했고 수많은 탄원서도 썼던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1968년에 늦게나마 의회가 National Scenic Trail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등산로 건설작업을 시작했는데 워낙에 방대한 작업이라 1977년이 되어서야 전 구간이 개통되어 오늘날과 같이 등산로 없는 산봉우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등산망 시설을 갖추게 됐다.
LA 지역을 지나가는 PCT 구간은 라스베가스로 가는 15번 프리웨이 고개 위 카혼패스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서쪽으로 접하는 첫 번째 계곡인 론파인 캐년을 건너고 블루리지 고개를 넘어 옛날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빈센트 갭으로 이어져 나간다.
빈센트 갭에서 트레일은 바로 옆에 인접한 이 지역 No. 2 최고봉인 베이든 파올 산을 정상까지 오른 다음 꼬불꼬불 산등성이를 따라 아주사 마을 뒤쪽인 리틀지미 캠핑장까지 온다.
트레일은 캠프장에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서북쪽으로 아이슬립 새들을 지나 윌리엄슨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리틀락 개울을 지난다. 계속해서 쿠퍼 캐년을 넘은 다음 또다시 고봉인 글리슨 산을 마지막으로 올라갔다 내려와서 Acton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중가주를 향해 북상한다.
강태화 <토요산악회장·909-62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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