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리카 팀박투의 메모리’

2002-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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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권의여행수상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를 방문, 20개국을 돌아봤다. 그러던 중 서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에 있는 팀박투에서 본 일들은 좀 특이했으므로 그 경험들을 독자들과 같이 나누려 한다.
나는 팀박투가 실제로 있는 도시가 아니라 상상속의 도시라고 생각해 왔다. 그 후에 팀박투가 실지로 존재하는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 곳은 먼 곳, 이 세상의 맨 끝에 있는 도시로 교통이 너무도 불편한 곳이므로 가기가 매우 어려워 아예 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지명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말리의 수도는 바마코인데 바마코에서 팀박투까지는 버스로 몹티까지 가서 몹티에서 배를 타고 간다. 사고 없이 가면 3일이 걸리는 거리이다. 그 쪽으로 가는 버스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배도 한 주일에 2~3번 정도 떠난다. 비행기도 있다고 했지만 미 대사관은 미국 시민들에게 말리 비행기는 타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이유는 정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몹티에서 팀박투로 가는 배가 강(니겔강)에서 3번 선 후에 팀박투에 도착했지만 도중에 모기에 얼마나 많이 물렸는지 모른다. 잠자리도 따로 없어 짐짝들 위에서 자야 했으며 잠이 들어도 모기들 때문에 눈을 제대로 붙일 수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팀박투에 왔다. 이곳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설의 도시 중 하나이다. 19세기 독일, 프랑스, 영국의 탐험가들이 살던 집들이 지금은 박물관으로 남아있다. 이들은 팀박투의 거리들이 황금으로 깔려 있다는 전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이 곳으로 몰려와 회교도들에게 처형되기도 했다.
말리 왕국의 국력이 강했던 14세기에는 이 곳에서 금이 많이 나왔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전성시대의 풍성함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곳곳에 전성기때의 문화의 유산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도서관을 방문하면 아랍어의 많은 문헌들(사이즈가 거대하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문헌들은 불어로 번역되어 아프리카 역사를 연구하는 소중한 자료 역할을 해냈다.
수일에 걸친 팀박투로의 여행을 끝내면서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한 것은 이곳 사람들이 과거의 대한 긍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짐이 너무 무거워서 이리라.
한때 화려한 전성기도 있었고 동경과 꿈의 대상이 됐었지만 지금은 가난과 배고픔이 지배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오지 팀박투. 모든 것은 순환하기 마련이며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과제는 바로 이런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케 해준 여행이었다. <목사·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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