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제 클럽’ (The Emperor’s Club) ★★★

2002-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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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간의 대결…승자는 누구

제자 양성을 천직으로 아는 스승과 제자간 우애를 다룬 영화로 이와 유사한 내용의 영화들인 ‘굿바이, 미스터 칩스’(39)와 ‘죽은 시인들의 클럽’(89)을 연상케 하나 이들보다 한 단계 아래 수준. 보통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약간 뒤틀어 놓은 스승의 사랑과 정성을 철저히 이용하는 악마적인 제자의 이야기인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스승의 회고담이다.
스승 역의 케빈 클라인과 그의 라이벌 제자 역의 에밀 허쉬 등 연기와 촬영도 좋고 내용도 흥미는 있지만 상투적이요 감상적인 데다가 마지막 부분이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마음 속까지 와 닿질 않는다. 그러나 그런 대로 즐길만하다.

회상식으로 전개되는 얘기의 시간대는 1972년. 동부 명문 남학생 전용 사립학교의 고전을 가르치는 윌리엄 헌더트(클라인)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훌륭한 스승이다. 그는 지식과 함께 도덕과 윤리 그리고 정직과 정의를 갖추도록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그런데 이 학교에 연방 상원의원의 아들로 오만불손하고 자신만만한 세지윅 벨(허쉬)이 입학, 헌더트에게 도전하면서 이 페스탈로치의 삶에 큰 변화가 온다. 악마적 매력을 지닌 세지윅은 학칙을 무시하고 스승과 학교에 끊임없이 도전하는데 카리스마가 강해 동급생들의 우상이 되다시피 한다.
헌더트와 세지윅의 의지의 대결이 벌어지면서 헌더트는 세지윅의 불손한 태도 뒤에 숨은 까닭을 캐내간다. 그리고 헌더트는 제자를 올바르게 키워야겠다는 의식과 함께 세지윅의 거역할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그때까지 지켜온 자신의 수칙마저 어기고 만다. 세지윅은 이 학교의 전통인 고전 퀴즈에 출전하는 최종 3명을 뽑는 시험서 4등인 세지윅을 3등으로 올려놓는다.

그로부터 25년 후 정치적 야망을 품은 대회사 회장이 된 세지윅은 헌더트와 옛 급우들을 자기 저택으로 초청, 다시 한 번 퀴즈대회를 갖자고 제의한다. 영화가 형식미나 구조는 좋은 반면 내용이 얄팍하다. PG-13.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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