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용한 미국인’ (The Quiet American)★★★★½

2002-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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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통치말년 50년대 사이공
삼각사랑 곁들인 정치스릴러

정열과 사랑, 살인과 배신, 정치 음모와 액션과 모험이 육감적인 이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다. 그레엄 그린의 소설이 원작으로 1958년 오디 머피 주연으로 영화화 됐었다.
정열과 회한이 들끓는 무드가 농무처럼 가득한 3각 사랑의 이야기이자 정치 스릴러로 1952년 베트남이 프랑스의 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벌이던 때. 무대는 사이공.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욕망과 기만의 고전적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런던 타임스의 베테런 기자인 토마스 화울러(마이클 케인)는 사이공과 젊고 고혹적인 베트남 연인 푸옹(하이 옌 도가 그윽하니 자극적이다)의 이국적이요 감각적인 쾌락에 젖어 게으름을 피며 산다.
그가 기사도 제대로 송고 안해 본부로 호출령이 떨어질 때쯤 이상적인 미국인 청년으로 의료지원반을 자칭한 앨든 파일(브렌단 프레이저는 미스 캐스팅)이 이곳에 도착한다. 토마스는 앨든을 ‘조용한 미국인’이라고 묘사하는데 앨든은 자신이 말한 것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 곳에 왔다.
한편 격전지로 취재를 떠난 앨든에게 토마스가 찾아와 자신이 푸옹을 사랑한다며 푸옹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자고 선언한다.
여기서부터 두 남자간에 격렬한 정열의 대결이 발생하고 앨든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프랑스를 뒤 이어 미국의 인도차이나 지배의 야욕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노장은 자기 사랑을 빼앗아 간 풋내기에게 가차없는 복수를 시도한다.


토마스와 앨든과 푸옹은 유럽과 미국과 베트남을 대표한다. 푸옹이 토마스와 앨든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것은 베트남의 신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두 남자가 도덕적이요 정치적이며 실존적이기까지 한 차원의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 액션만큼이나 치열하고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이요 정치적 음모로 가득 찬 지나간 시간과 공간을 상기시켜 주는 통렬한 영화로 요즘 시의에도 적절한 작품. 왕 카-와이 영화를 많이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의 육감적인 촬영이 아름답다. 눈부신 것은 케인의 완숙한 연기. 그의 깊고 절제되고 미묘한 연기는 오스카상 감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해저처럼 속으로 고뇌하는 아름다운 연기다.

R. Miramax. 센추리14(310-289-4AMC),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2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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