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개월째‘적막’

2002-08-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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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 20층 고층빌딩, 화재로 폐쇄
책임소재 논란속 입주자 집단 소송


선셋과 바인 교차로에 있는 할리웃의 명물 고층빌딩 내부에는 시간이 정지돼 있다. 사무실 책상에는 미결 서류들이 그대로 널려있고 팩스머신과 가족 사진들도 있다. 벽을 따라 책장과 서류 캐비닛이 서있다. 달력은 12월을, 시계는 1시35분을 가리키고 있다.

선셋 블러버드 6290 번지에 있는 이 건물은 전기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지난 12월6일 이후 그대로 남아있다. 이 화재로 20층짜리 건물은 암흑으로 변했고 입주해 있던 두 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포함한 40개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다.
화재 책임 소재와 건물 안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이 고층 사무실 건물은 줄곧 폐쇄된 상태로 남아있다.


이 와중에 골탕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입주자들.
빌딩 입주자들은 화재 발생 후 사무실 집기들은 물론 서류, 개인 물품들도 꺼낼 수 없었다.

건물에 부랑자들이 무단 침입, 사무실 집기들을 파손시켰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입주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무단침입을 막기 위해 시당국은 지난 주 건물 주위에 철조망을 쳤다. 그러나 화재 책임 공방은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파국이다. 입주자들에게 신경 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37년 동안 소송 변호사로 일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26년간 이 건물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변호사 토머스 헌터 러셀은 불만을 토로한다.

시 건물 및 소방 당국은 얼마전 입주자들에게 중요한 서류를 챙기도록 짧은 시간 건물 출입을 허용했었다. 하지만 단전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운송업자들은 고층 사무실에서 복사기 한 대를 운반해 나오는데 최고 1,200달러를 요구했다.

러셀은 10층 사무실에서 당장 필요한 소송 서류철과 컴퓨터들을 운반하는 데 2만5,000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수천달러 상당의 각종 사무용품과 소파 등 가구들은 아직도 그대로 남겨둔 상태다.

39년된 이 건물을 지난 1994년 매입한 로이 메디자데는 건물 지하 주차장 옆 변압기에서 불이 났기 때문에 화재의 책임은 수도전력국(DWP)에 있다고 주장한다. DWP는 논평을 회피하고 있다.

한편 이 건물에 입주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 제리 슈나이더먼은 다른 입주자들과 함께 건물주 메디자데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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