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어릴적 꿈은 청와대 출입 기자였는데...

2002-07-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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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부동산 칼럼

▶ 시티 부동산 수잔 황

내 어렸을 적 꿈은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중3때라고 기억하는데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어느 여기자가 손을 들고 대통령께 공손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질문을 쏟아내던 그 똑똑하고 당당해 뵈던 모습은 그당시 어린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지금 부동산 필드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어릴 때의 그 꿈의 이미지는 이 일을 하면서도 나의 롤모델이며 나를 지탱하는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얼마전 우리회사 에이전트 한 분이 라이센스 Renew 관계로 부동산학교에 들른 적이 있는데 100 명도 더 넘어 보이는 성인학생들이 라이센스를 얻기위해 공부하고 있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요즘의 부동산열기 때문이리라. 가끔씩 주위사람들로부터 어떻게하면 부동산 에이전트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확실한 건 숏컷이나 왕도가 없다는 평범한 대답이다.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시간과 기운을 많이 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듯하다. 어느 골프선수가 이런 말을 하는데 참으로 당연하면서도 설득력있게 들렸다 남들이 직장에서 8시간씩 일하는 것처럼 자기는 직업이 프로선수이므로 하루 8시간씩 공을 때린다고. 타이거우즈는 지금까지 800만에서 900만개의 공을 쳤다지 않나. 더군다나 부동산일은 정말 홀로비즈니스다.

내 스스로 매니지먼트 하면서 목표도 내가 정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남아돌수도 있고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쁠수도 있다.

몇 년 전 쯤 은행차압매물이 쏟아져 나오던 무렵 그 당시 나는 아메리칸 세이빙스, 그 후로 워싱턴 뮤추얼로 통합된 뒤에도, 또 월드세이빙스 그리고 중국은행들과 함께 일을 했는데 거의 매일 밤 11시 정도까지 에어컨도 돌지 않는 무더운 사무실에서( 6시 이후에는 빌딩 전체에 에어콘을 끄니까) 정말 무지하게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난다. 낮에는 프로퍼티들을 가봐야하고 사진찍고 주위에 비교될 만한 대상을 search 하고 profile 보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paper work 하고..... 주말에는 비어있는 건물이며 집들이기 때문에 무사(?)한지 전부 돌아보고 리포트해주고 또 손님들 만나고 쇼잉하고 .....

우리회사 에이전트 중에도 지난 6월에만 10개의 에스크로를 클로즈한 분이 계신데 언제나 그 분 방에는 밤 늦게 까지 불이켜져 있고 아무도 나오지 않는 주말에도 혼자 나오셔서 일하는 걸 보면서 정말 우연은 없구나 하는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부동산에이전트가 되면 누구나 탑프로듀서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꿈이 아닌가?(80%의 핏자를 20% 안 팍의 에이전트들이 먹어버린다고 하니까.)

나는 문뜩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물론 중요하기 짝이 없다. 그와 함께 자기만의 이미지 설정, 롤모델을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중3때 "내 꿈" 으로 꽉 정해놓았던 " 청와대출입기자" 의 이미지를 늘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열심히 가다보면 간혹 나와 도저히 맞지 않는 셀러/바이어들도 만나게 된다. 어떤 때는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딜을 주문 받을 때도 있다. 또 은행차압이나 숏페이오프 같은 일을 하다보면 정말로 딱한 사정에 처한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는 몇 달씩 걸려 은행과 싸우다시피 일해서 얻은 내 수고의 댓가를 그들의 이사비용에 보태주는 일도 있다. 총이며 대포들로 무장된 적군들 틈에서 전쟁하듯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지만 때로는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식을 나누어 주고 내 몫을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도 참되고 멋진 카리스마가 아닐까? (213)38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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