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러는 주택결함 공개해야"

2002-07-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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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크로 기간중 서류양식 (TDS)통해 문제점 자세하게 밝혀야...

치노힐스에 주택을 구입했던 A씨는 집 한쪽이 서서히 주저앉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갈라진 벽틈을 따라 카펫 밑을 들쳐보았더니 손가락 마디 굵기의 금이 가 있었다. 셀러측 부동산 에이전트와 주택 구입시 인스펙션을 담당했던 인스펙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는 했지만 변호사 비용이나 겨우 충당할 정도로 적은 액수 였다. 바이어는 소송이 제기되자 파산을 해버려 배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A씨의 경우처럼 주택의 결함을 모르고 구입했다가 법정 소송까지 가며 골머리를 싸매는 주택 구입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처음 집을 구입하는 ‘퍼스트 홈 바이어’는 내집 마련의 기쁨에만 들떠 주택의 흠이나 고쳐야 할 부분도 관대하게 넘어갔다가 나중에 후회하며 고통을 받는 사례가 많다.

바이어의 각별한 주의도 중요하겠지만 셀러는 솔직하게 주택의 결함을 공개하고 해당부분을 사전에 수리를 하거나 주택 가격 협상때 수리비용 만큼 깎아주는등 양심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셀러는 주택의 모든 문제점을 바이어에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집안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팔았다면 소송을 당하게 된다.

심각한 수준의 문제점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때는 바이어측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가 바이어라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되묻는 것이다.

지난 1985년 발효된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셀러는 에스크로 기간중 일정한 서류 양식(TDS·Transfer Disclosure Statement)을 통해 주택의 결함을 공개해야 한다. 3쪽짜리인 이 서류에는 오븐의 상태에서부터 화재, 지진, 홍수, 지반 침하등등 심각한 문제점까지 주택에 관한 모든 것을 묻도록 되어 있다.

소송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셀러들은 거래가 깨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결함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숨기려 한다. 어떤 경우는 수십여년 동안 한집에 살고 있으면서 수도관이 샌다는 사실을 모를수도 있고 빗물이 문턱까지 찬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미쳐 말하지 못할수도 있다. 또 어떤 셀러들은 집안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거나 사람이 죽어 나갔다는 사실 조차 집을 팔리지 않을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다.

결함에 대한 공개 책임은 셀러측 에이전트에게도 있다. 물론 인스펙션을 했던 인스펙터도 법률적 책임을 지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리스팅을 받은 부동산 에이전트는 셀러와 마주 앉아 주택에 관련된 모든 것을 묻게 된다. 이 자리에서 셀러들은 결함을 공개하는 TDS 서류의 항목별로 문제점을 기록하게 되는데 문제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별도의 용지에 자세하게 기록할수도 있다.

대개의 결함 공개 문제는 셀러가 고의성이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는 다분히 고의성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1999년 9월 LA지역에 18만9,000달러 상당의 주택을 구입한 B씨는 이사 들어간지 이틀만에 침실 구석 벽면 뒤쪽이 빗물로 인해 썩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벽면은 외부에서 식별하기 힘들정도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B씨는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결함 여부를 조사했었으나 가구와 박스등으로 가리워져 있어 이를 볼수가 없었다.셀러측이나 바이어측 에이전트 모두 지붕이 새는 것을 몰랐고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또다른 케이스도 있다.

터스틴에 주택을 구입한 C씨는 거라지 바닥에 금이 가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스크로를 진행하는 동안 전문가를 고용해 인스펙션을 받았지만 차고에 박스와 장난감들이 쌓여있어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경우 인스펙터는 보고서를 통해 물건 때문에 살펴보지 못했음으로 명시하고 바이어는 셀러측에 재차 조사를 할수 있도록 물건을 치워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첫 번째 주택 구입자인 C씨는 결국 금이 간 상태로 살 수밖에 없었다.

주택 소유주가 우연한 기회에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첫 주택 구입자인 D씨는 1997년 2월 시미밸리에 1,400스퀘어피트 규모의 랜치 스타일 주택을 20만5,000달러에 구입했다. 그로부터 3개월후 D씨는 벤추라 카운티로부터 94년 노스리지 지진때 받은 주택 피해 수리 여부를 묻는 편지를 한통 받았다.

에스크로 당시 이같은 피해에 대해서는 한번도 언급 된 적이 없었다. D씨는 현재의 주택이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로인해 카운티정부가 주택 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진으로 인해 거라지가 집 본채에서 다소 떨어져 나갔고 수영장의 균형도 맞지 않았다. 더더욱 부엌 바닥에 4분의3인치 넓이로 금이 가 있었고 집 기초부분에 1인치 폭의 금이 나 있었다.

전 주인이 주택을 수리하기는 했으나 구조적 피해를 그대로 놓아둔채 적당히 눈속임식 수리만 했던 것이다.

D씨는 다행히 법정밖 합의를 통해 셀러와 셀러측 부동산 회사로부터 변호사비용 2만달러까지 가산해 집값을 돌려 받았다.

그후 이 주택은 경매를 통해 2번이나 다른 주인에게 넘어갔다.

D씨는 "나는 행운이었다"면서 "현재 그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또다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결함을 꼼꼼히 챙기려면...
▲TDS(Transfer Disclosure Statement)에 적혀있는 리스트를 꼼꼼히 챙겨 묻는다.
▲TDS 리스트 이외에도 셀러에게 기타 결함이나 이웃등에 관해 묻는다.
▲TDS 리스트는 수시로 새롭게 업데이트 된다. TDS 리스팅은 지난해 10월 업데이트 된 것이 가장 최근의 것이다. 바이어측 에이전트에게 최근 것인지를 확인한다.
▲인스펙터를 고용할때는 캘리포니아 부동산 인스펙션협회 회원인지를 알아본다.
▲주택 수리를 면허가 있는 전문가가 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누군가가 집에서 죽은 사실이 있다. 이 것 역시 공개해야 하는가.

1983년 가주 항소법원가 셀러는 10년전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바이어에게 말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면서 셀러의 사망에 대한 공개를 의무화하는 판례가 됐다.

그러나 1986년 주의회는 주택내에서 발생한 3년 이전의 AIDS와 관련된 사망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민사법을 만들었다. 이는 사망과 관련한 공개 의무를 규정한 최초의 주법이었다.

의회는 이듬해인 1987년 AIDS뿐아니라 집안내에서 최근 3년 이전에 발생한 모든 사망 사건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을 고쳤다. 그렇다고 3년 이내에 누군가가 죽었다면 이를 꼭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1983년에 내려진 항소법원의 판결이 교과서처럼 판례로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변호사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3년 이전에 발생한 것일 지라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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