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업체 구입시 꼭 오픈해야

2002-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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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크로 A to Z

▶ 제이 권 <센추럴 에스크로·시니어 에스크로 오피서>

얼마 전, 평소 점잖으시고 매사에 빈틈없으신 손님 P씨가 몹시 상기된 모습으로 사무실을 급히 찾아오셨다. 사정인 즉 가까운 교회 분의 소개로 꼼꼼히 살펴본 후 한 가게를 샀는데 이 일이 잘못돼 엄청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은 부동산 중개인을 개입시키지 않으며 그만큼 바이어는 싸게 살 수 있고, 또 에스크로를 거치지 않으면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흔쾌히 승낙하고, 친절한 셀러의 도움으로 손쉽게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판매세를 내는 어카운트나, 장비 리스회사와의 연결은 물론, 시의 퍼밋까지 오랜 경험을 되살려 능숙하게 도와준 셀러는 미국생활의 은인처럼 느껴졌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되어서 꼭 갚으리라고 생각까지 했었노라고 한다.


셀러는 매매의 한 이유이기도 했던 급한 일 때문으로 곧 한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가게를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빚쟁이(Creditor)들의 빚 독촉(Claim)으로 매일 시달려야 했고, 주 조세형평국(State Board of Equalization)에서 감사를 하겠다는 통보가 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우연히 들른 한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가게를 담보로 사채를 주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도 전해 들었다.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에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비즈니스를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일로 인해 P씨는 물론 가족들의 상심은 이루 말이 아니게 되었다. 결국 가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도 없게 되었고, 증거 서류의 미비로 인해 택스 문제가 앞을 캄캄하게 했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온가족이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이제 고스란히 잃었다는 허탈감에 급히 찾아오셨던 것이다.

이 경우, 시간과 자금을 절약하자는 동기는 참으로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고 하겠다. 이 매매에는 브로커도 에스크로도 배제돼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게 됐다.

우선 브로커가 없어 그만큼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제의에 거의 모든 바이어들은 흔들린다. 실제 미국 시장의 내로라 하는 대규모 커머셜 브로커들 중에는 대부분이 자신의 모든 주택과 사업체 매매는 MLS나 On-Line을 통해 마켓에 내놓고 경쟁판매를 하기도 한다. 셀러에게는 그만큼 큰 시장에 알리고 바이어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됨으로 보다 이상적인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흥정에는 중개인이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업무 속에서 경험해 보아도 셀러와 바이어가 직접 거래할 때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거나, 간단하고 맵시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의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이용에 좀체 익숙지 못하고 또한 인색하다. 적절한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프로패셔널한 Documentation과 Liability에 대해 주류사회의 미국인들처럼 세련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P씨의 경우, 에스크로를 통해서 정상적인 절차만 밟았더라면 전 재산을 날리는 일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부동산 매매시, 현금거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은행(Lender)들은 에스크로를 통할 것을 요구하지만, 융자가 개입되지 않은 사업체 매매시 에스크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문제는 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213)389-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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