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자율 7% 미만이면 ‘락인’

2001-1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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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11월초 같은 30년만의 바닥세는 힘들듯

모기지 이자율이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1월 초 이자율은 3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더니 중순 이후 7.25%까지 올라가다가 또다시 7.0% 미만으로 내려가는 등 테러 이후 지난 2개월 동안 이자율 변동은 예측 불허의 곡예를 거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융자를 신청했던 많은 한인들이 락인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채 마켓 상황만 주시하고 있다.

풀러튼의 김경호씨(42)는 이자율이 7.0%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 10월 초순 재융자를 신청했다. 30년 7.5%의 모기지 이자율을 가지고 있던 김씨는 이자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 속에 30년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던 6.35% 이자율도 거부한 채 기다렸다가 11월 중순부터 다시 7.0% 이상으로 치솟자 ‘땅을 치며’ 후회했다. 김씨는 지난주 6.85%로 내려간 이자율을 놓고 락인을 해야 할지 몰라 또다시 고민하고 있다.

이자율이 바닥세를 보이던 10월 말과 같은 상황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인터넷 융자회사인 ‘bankrate.com’이 지난주 100명의 전문가들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0%가 향후 30~45일간 이자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5%는 올라갈 것이라고 밝힌 반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들은 절반이 넘는 55%에 달해 앞으로의 이자율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은 적은 것을 나타났다. 그러나 상반된 경기 지표가 발표되는 최근 같은 상황에서는 이자율의 변화를 예측하기가 쉽지 많은 않다.


퍼시픽 유니온뱅크(구 가주외환은행) 자넷 마 주택융자 부장은 "요즘 발표되는 각종 경기지표가 경기 전망을 예측하기 힘든 정도로 혼란스럽다"면서 "이자율을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피너클 파이낸셜 패트리오트 내셔널 뱅크의 대표 토드 브라운은 "실업률의 증가, 기업들의 순익감소, 소비자 신뢰도의 불확실성 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 징후가 보이지 않는 한 이자율은 연말까지 0.25~0.50% 범위로 더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연휴를 앞두고 증권 시장이 휴식기에 들어서는 12월은 시장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 이자율 또한 연말까지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도 전쟁의 결과에 따라 크게 변할 수도 있다.
미군의 빈 라덴 제거가 빨라질 경우 전쟁이 종식됐다는 들뜬 분위기로 그동안 냉각됐던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호재로 작용돼 이자율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6일까지 다시 하락세를 보이던 이자율은 7일 연방 노동부의 실업률 증가 발표로 인한 주식 시장의 하락세로 다시 7.25%까지 올라갔다. 하루만에 0.375%가 올라가는 등 감을 잡기 힘들 지경이다. 자넷 마 부장은 "재융자의 경우 신청 후 락인을 위해서는 보통 3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11월중에 재융자를 신청했다면 앞으로의 동향을 주시하며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 부장은 또 "30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11월 중순의 이자율은 다시 오기 힘들 것 같다"면서 "7% 미만 역시 상당히 낮은 수준이므로 이자율 차이가 난다면 락인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주 30년과 15년 모기지 이자율은 4주만에 다시 떨어져 각각 6.84%와 6.30%로 내려갔다고 프레디맥이 발표했었다. 프레디맥의 경제 수석 로버트 밴 오더는 "증권 등 머니 마켓이 불안정하다"면서 "연말까지 이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자율의 등락이 있을 때마다 고민하며 함께 동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bankrate.com’의 경제분석가 홀던 로이스는 "잔디를 깎으면서 다리에 벌레가 기어오를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8% 이상의 이자율을 가지고 있다면 락인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자율은 증권 경기에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증권 경기가 좋아 호황기를 누리면 이자율도 자연히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2주전 이자율 상승 역시 아프간 전쟁의 조기 종식 분위기가 팽배해 증권시장이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미군이 아프간의 칸다하르 인근 작은 비행장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호재로 작용했었다.

30년 또는 15년 모기지 이자율은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에 따라 영향을 받게된다. 주식이 떨어지면 투자가들은 안정성이 높은 국채 투자에 몰리게 되고 이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은 하락한다. 반대로 투자가들이 국채를 팔고 주식 투자로 몰릴 경우 이자율은 상승하게 된다.

올해까지 27만5,000달러였던 점보론 하한선이 내년부터는 30만700달러로 대폭 오름에 따라 내년 초께 또 한차례 재융자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자넷 마 퍼시픽 유니온뱅크 주택융자 부장은 "그동안 점보론으로 분류돼 컨퍼밍론보다 1% 이상 이자율을 더 내고 있던 30만700달러 미만의 융자에 대한 재융자 신청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동안은 연방 융자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매는 27만5,000달러 이상의 융자를 점보론으로 분류해 27만5,000달러 미만의 융자인 컴퍼밍론에 비해 1% 가량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왔다. 점보론의 상한선이 내년부터 상향조정이 되면 27만5,000~30만700달러 사이의 융자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재융자를 신청해 이자율을 1% 이하로 낮춰 상당액의 월페이먼트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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