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살것인가? 말것인가?

2001-1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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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이자율이 바닥세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택 구입을 놓고 고심하는 한인들이 많다. 이자율은 최저지만 주택 가격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자율이나 가격만 따져서 주택을 구입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재정적 상황이 주택 구입을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 또는 얼마동안 살 것인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 렌트 비용으로도 주택 페이먼트 정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택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뜻하지 못했던 부대 경비로 아파트에서 살 때보다 생활이 더 힘든 경우가 많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집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재정상태 이상의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수입의 상당부분을 주택 유지에 사용하는 등 큰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렌트비 이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별로 없어 한달 생활비를 계산하기가 쉽지만 주택은 모기지 월페이먼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예측하지 못하는 돌출 경비로 생활비 정산이 어렵다. 수도 파이프가 샌다거나 집안 곳곳에서 수리를 요하는 사태가 얼마든지 도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또 언제라도 이사할 수 있지만 주택을 그렇지 못하다. 반면 주택을 소유하면 세금 혜택을 볼 수 있고 일종의 재산증식 방법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용되는 이점도 따른다.


주택을 구입하려면 우선 다운페이먼트가 필요하고 에스크로, 타이틀 등등 주택 매매과정에 들어가는 서류비용이 만만치 않다. 요즘은 주택가격의 5%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도 있지만 20% 정도는 해두어야 월페이먼트 부담도 줄어든다.

전국 다세대위원회(NMHC)의 수석 경제전문가 마크 오브린스키는 "집을 살 때 그 동안 모아두었던 거금이 다운페이먼트로 집에 묻히게 된다"면서 "일단 집으로 들어가면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최소 5년 이내에 타지역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라면 주택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에스크로, 융자비용, 복덕방 소개비 등등 적지 않은 돈이 주택 매매과정에서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5년 이내에 주택 가격이 껑충 뛰어올라 매매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고도 남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예는 아니다.

머지 않아 다른 도시 또는 타주로 이사를 갈 계획이라면 차라리 아파트에 살면서 다운페이먼트나 기타 예상 소요 경비를 주식이나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좋다는 결론이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주택을 살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대부분은 현재의 주변 환경보다 한 단계 낮은 지역으로 가게 된다.

아파트 비용이 아무리 치솟았다고 해도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환경보다 더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로 든다. 차라리 아파트에서 계속 생활하며 돈을 더 모아서 원하는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택 구입은 주거지 확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투자 개념이 더 강하다.
아파트 렌트 비용은 사라지는 돈이지만 주택 페이먼트는 매달 재산 증축이 된다. 또 다운페이먼트 역시 저금통에 넣어 두는 것이 아니므로 금전 증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10만달러의 주택을 구입을 위해 2만달러를 다운페이먼트 했다고 가정하자. 10년 후 13만달러로 주택 가격이 올랐다면 다운페이먼트에 사용했던 2만달러의 수입만 찾는 것이 아니라 주택 인상분 3만달러의 수입을 더 올린 셈이 된다. 또 그동안 갚아 나간 융자의 원금도 결국은 주택 에퀴티에 가산돼 적지 않은 액수의 재산을 증식한 결과가 된다.

그렇다고 모든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최대 규모의 융자회사 프레디맥과 패니매를 감독하는 연방주택공사 감독국(OFHEO)에 따르면 주택 감정가격은 197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난 6월까지 매년 8.6%가 올랐다. 이는 뮤추얼 펀드 수익률보다도 더 높은 것이었다.


등락이 심한 증권 경기로 인해 지난 1년반 동안 손해를 본 한인들이 많았지만 주택 시장만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가 좋지 않는데도 계속 오르는 주택 가격으로 인해 에퀴티가 더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부동산협회가 최근 발표한 조사 보고서는 "상승하는 주택 가격으로 돈을 버는 주택 소유주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주택 소유주들은 평균 5만달러의 에퀴티를 가지고 있으며 주택을 판매한 미국인들은 평균 2만달러의 순이익을 챙겼으며 주택 소유주 4명중 3명은 주식보다 주택으로 더 큰 부자가 됐다.
에퀴티 사용 용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질문 대상자의 76%가 순이익을 보태 더 좋은 집을 구입했다고 밝혔고 나머지는 빛을 갚는다거나 필요한 생활 용품 구입에 사용하고 일부는 다른 곳에 투자 또는 저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R 보고서는 또 순이익 1달러당 24센트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저축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요즘 같이 고용시장이 경직돼 있고 경제가 불투명한 시기에는 주택 구입이 좋지는 않지만 이자율이 바닥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떨어져 있어 주택 구입의 호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회사인 homestore.com의 경제연구원 밥 바는 "모기지 이자율은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이자율의 반대 현상을 보인다"며 "국채가 요즘 떨어지고 있으므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서는 요즘이 적기"라고 말했다.

지난주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 평균은 6.64%로 다소 올라갔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7.68%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15만달러의 융자를 얻었을 경우 페이먼트는 각각 1,060달러와 963달러로 103달러의 차이가 난다.

주택 구입의 최대 이점은 재산 증식뿐 아니라 세금 혜택이다. 모기지 이자율과 재산세는 연방 인컴택스에서 세금 공제를 받게 되므로 매년 수천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주택 소유주의 아이템별 공제 총액이 일반 공제액을 초과할 경우 100%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 2001년을 기준으로 일반 공제액은 싱글인 경우는 4,550달러, 결혼한 부부는 7,600달러로 올랐다.
주택을 팔 때도 이로 인해 얻어지는 순수익도 일정 한도 내에서 전액 세금 면제를 받는다.

개인의 경우는 집을 팔 때마다 25만달러, 부부인 경우는 50만달러이다.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집을 팔기 전 5년 동안 도합 2년은 해당 주택에서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1997년 이전까지는 살고 있는 주택을 크게 증축하거나 더 큰집을 사지 않는 한 집을 팔아서 남긴 순이익은 모두 과세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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