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윈텔’과 ‘윈비디아’
2026-06-08 (월) 12:00:00
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
1985년 11월 20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컴퓨터 운영체계(OS)인 ‘윈도’를 출시했다. 1983년 IBM 호환 기종용 윈도를 처음 발표했으나 문제점이었던 일부 버그를 해결한 뒤 2년 뒤 윈도1.01을 전 세계에 정식 배포한 것이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도스 시스템이 남아 있던 초기 제품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1992년 도스식 명령어 체계를 완전히 벗어난 윈도3.1은 전 세계에서 대히트를 쳤다. 덕분에 MS의 창립자 빌 게이츠는 최고 갑부 자리에 올랐다.
■MS가 PC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중앙처리장치(CPU) 기업 인텔과의 끈끈한 협력이 한몫했다. 인텔과 MS는 PC 양축인 반도체칩과 소프트웨어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PC 황금기를 이끈 CPU와 윈도의 결합을 ‘윈텔(MS 윈도+인텔) 동맹’이라고 불렀다.
■윈텔 체제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플 스마트폰의 등장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무료 개방 등으로 윈텔 동맹의 아성이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압도적인 생산 인프라, 강력한 하드웨어 호환성, 새로운 모바일 OS의 한계 등으로 인해 윈텔 체제는 40년 넘게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절대강자 엔비디아가 최근 MS와 손잡고 자사 칩을 탑재한 AI PC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40년 만에 PC를 완전히 재발명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PC에서 에이전트 AI를 구동할 수 있는 ‘슈퍼칩’을 탑재한 AI PC를 올가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PC의 미래는 윈텔이 아닌 윈도와 엔비디아의 ‘윈비디아(Winvida)’가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다. PC 시장에 예고된 이 같은 변화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기에 AI PC 플랫폼 생태계에서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언제 아웃사이더로 밀릴지 알 수 없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만 있다가는 윈비디아 시대의 새 판짜기 구도 속에서 도태될 우려가 크다.
<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