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서울시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 당초 계약보다 6개월 늦게 착공
▶ 준공 시점은 되레 두 달 앞당겨져
▶ 시 “차량 통제 준비 등 절차 진행”
▶ 국토부, 교량 거더 16개 철거 완료
▶ 오늘부터 경의선 운행 재개 방침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참사와 관련해 실제 철거를 진행한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정황이 드러났다. 공사 기간 단축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발주처인 서울시와 시공사 등의 압수수색에 나서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29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 철거 시공사 흥화는 지난해 6월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 시에 승인을 신청했다. 건설기술진흥법상 시공사는 발주청의 최종 승인서를 받아야 해체 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10일 해당 계획서를 국토안전관리원에 보내 검토를 의뢰했고 같은 달 21일 검토 의견을 회신받았다. 이후 시가 검토 결과를 반영해 최종 승인서를 발급한 시점은 최소 10월 말 이후로 추정된다. 사실상 11월쯤부터 본격 철거 작업이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상 착공일은 지난해 4월 30일이었다. 결국 철거는 당초 계획보다 약 6개월 늦게 시작됐다. 전체 공사 기간 15개월 가운데 초반 6개월가량이 행정 절차에 걸린 셈이다. 반면 준공 시점은 올해 7월에서 5월로 앞당겨졌다. 철거 기간은 줄어든 반면 완료 시한은 더 촉박해진 셈이다.
이를 두고 시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차량 통제 준비와 주민설명회, 대시민 홍보 등 사전 절차를 진행했다”며 “공기를 무리하게 줄였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는 시설물안전법상 국가 관리 대상인 제2종 시설물이다. 밑에 경의선 철길이 지나고 도심 교통 통제가 수반돼 21단계에 걸친 정밀한 해체 절차가 예정돼 있었다. 최명기 한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기가 단축되면서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공기 단축 과정에서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이날 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시공사 흥화, 감리업체 수성엔지니어링, 현장 사무실 등 7곳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광역범죄수사대 수사관 33명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20명 등 총 53명이 투입됐다.
경찰과 노동부는 구조 설계도와 안전관리계획서, 작업일지 등을 확보해 철거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와 안전조치의 적정성을 조사하고 있다. 공기 단축 정황은 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지와도 맞물려 있다. 수사 결과 안전관리 책임이 인정될 경우 시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편 시는 사고 발생 뒤 약 79시간 만인 29일 오후 9시 40분쯤 서소문 고가 슬래브와 거더(상판을 떠받치는 보) 등 상부 구조물 긴급 철거 공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직 붕괴 위험이 낮은 기둥이 남았지만 국가철도공단은 밤새 경의선 선로 작업을 진행해 30일 경의선 첫차부터 운행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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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운·권정현·신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