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평선] ‘카페인 우울증’ 도피

2026-05-2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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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조어가 있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해서 생기는 우울증이 아니다.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인한 증세란다. 특급호텔의 망고 빙수, 해외 휴양지의 이국적 노을, ‘오마카세’ 식당의 고급 초밥 등으로 도배된 피드(게시창)를 보며 남들은 모두 즐겁고 행복한데 자신만 힘들고 뒤처진다고 느낀다. 자신도 과시용 게시물을 올려야 한다는 스트레스 또한 심하다.

■미국 목회자이자 작가 스티븐 퍼틱은 “우리가 불안감으로 고통받는 이유는 나의 ‘비하인드 신’(무대 뒤 영상)을 타인의 ‘하이라이트 릴’(명장면 모음집)과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SNS에는 100장의 사진 중에서 고르고 고른 딱 1장의 사진만 올리지만, 본인의 실제 삶은 피곤하고 구질구질한 일상의 연속이라 여길 수 있다. 실제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이 18~30세 97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SNS 과다 사용이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셋로그(setlog)’라는 SNS에 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출시 6개월도 안 돼 이용자가 200만 명이 넘었다. 문법이 지금까지의 SNS와 전혀 다르다. 매 시간마다 알람이 울리면 2초 분량 영상을 찍어 올리는 플랫폼이다. 갑자기 들이닥치니 예쁜 척, 잘난 척은 원천 차단된다. 미리 저장해둔 근사한 사진은 올릴 수 없다. 이용자가 1억 명이 넘는 프랑스의 비리얼(BeReal)도 비슷한 콘셉트다. ‘하루에 딱 한 번, 매일 다른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2분 안에 촬영한 본인의 앞뒤 사진을 찍어 올린다.

■이들 앱의 또 다른 특징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직접 선택한 친구들하고만 공유할 수 있는 폐쇄형 구조다. ‘좋아요’ 숫자도 없다. 굳이 필터 보정을 하거나, 해시태그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공유하는 게시물은 밋밋하다. 도서관에서 졸고 있는 친구의 정수리, 모니터 앞의 서류뭉치, 편의점의 불어터진 컵라면. 이 지독하게 평범한 타인의 일상을 보며 비로소 안도감과 연대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게 요즘 팍팍한 삶을 사는 청년들의 솔직한 마음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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