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업계 가격 상승 비명
▶ 시설 피해·호르무즈 봉쇄에
▶ 엔진오일 공급난 현실화 조짐
▶ 일부 업체 갤런당 5불 인상도
이란 전쟁의 충격파가 개솔린과 항공유를 넘어 엔진오일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 주요 에너지 시설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겹치면서 미국 내 엔진오일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제품은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9일 CNN에 따르면 윤활유 업계 단체인 독립 윤활유 제조업체 협회(ILMA)는 최근 신형 차량에 많이 사용되는 저점도 엔진오일의 공급 부족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0W-16, 0W-8, 0W-20 등은 최근 출시 차량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제품군으로, 지난해 전체 승용차 엔진오일 수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엔진오일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그룹Ⅲ 기유의 공급망이 중동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ILMA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그룹Ⅲ 기유의 44%가 페르시아만 연안의 단 세 곳 생산업체에서 나온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물류 차질이 발생했고, 카타르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액화(GTL) 플랜트인 펄 GTL이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공급 불안은 한층 커졌다.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석유 동향 분석 전문지 페트롤리엄 트렌드 인터내셔널의 톰 글렌 대표는 전쟁 발발 이후 엔진오일 가격이 두 달 반 만에 세 차례나 인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1979년부터 업계에 있었지만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통상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에 갤런당 70~80센트 가격을 올리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일부 업체가 갤런당 5달러 이상 인상했다”고 말했다.
엔진오일 가격 급등은 원유와 기유 가격뿐 아니라 첨가제, 운송, 포장, 물류 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대체 공급처 확보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통상 부족분을 한국 등 아시아 정유업체를 통해 보완할 수 있지만, 아시아 정유업체 역시 원유 공급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유업체들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트연료와 디젤 생산을 우선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정비 업계와 소비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엔진오일 부족이 현실화할 경우 운전자들은 오일 교환을 미루거나 차량 제조사가 권장한 최적의 윤활유가 아닌 다른 제품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애프터마켓 업계를 대표하는 오토케어협회의 마이클 청 수석이사는 “단기적으로 엔진오일 공급과 가격을 둘러싼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에너지 시장의 단기 혼란을 예상하고 완화책을 마련해 왔다며, 존스법 적용 면제 등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 역시 필요할 경우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 업체들은 아직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2,400개의 오일 교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발볼린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공급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일시적으로 더 높은 점도의 엔진오일 사용을 허용하거나, 오일 교환 주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임시방편은 차량 성능과 엔진 내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글렌 대표는 “미국은 자동차 운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트럭 운송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포기는 선택지가 아니다. 결국 미국이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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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