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물가 속 한인 가계부채·연체 ‘비상’

2026-05-15 (금)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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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은 늘고 수입은 정체
▶ 허리띠 졸라매기 ‘한계’
▶ 미 전국 부채 19조달러
▶ 계층 ‘K자형’ 격차 심화

중동 전쟁으로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생활고를 겪는 한인들이 늘어나고 가계 부채와 연체율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 비영리 봉사 단체 관계자들은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한인이 최근 몇 년간 주요 인종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주로 시니어들이 푸드 뱅크나 단체들의 식료품 배급 행사에 참여했지만 요즘에는 중년층 한인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생활비 압박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씨는 지난해 구입한 자동차 페이먼트가 두 달째 연체되자 결국 차를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각종 페이먼트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에 4인 가족이 차 한대로 버티기로 했다.

LA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장모씨는 아내가 사무직 직장에서 해고된지 1년이 넘도록 직장을 찾지 못하면서 갈수록 늘어나는 크레딧카드 부채를 볼 때마다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크레딧카드 부채가 1만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빚을 갚아나가기는 커녕 매달 최소 페이먼트만 내고 있다. 생활비 대비 수입이 마이너스라서 마켓 식품비와 개솔린 비용 등을 크레딧카드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소득이 줄었는데 렌트비부터 시작해 개솔린 가격, 식품 가격, 전기세 등 공공 요금을 포함해 모든 생활비가 올라도 너무 올라 매달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상황은 전국 가계도 마찬가지다. 전국 가계부채 증가는 최근 물가 급등과 맞물려 가계 재정을 압박하는 부담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8조8,000억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뉴욕 연은 연구진은 전체적인 가계 신용 상태는 아직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젊은층과 저소득층에서는 취약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학자금 대출 부실과 크레딧카드 부채 부담이 이어지며 계층별 격차도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예됐던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이 2023년 10월 재개된 이후 연체 지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90일 이상 연체된 학자금 대출 잔액 비율은 작년 4분기 9.6%에서 올 1분기 10.3%로 상승했다. 120일 이상 연체돼 교육부 채무조정 절차로 이관된 대출자도 260만명에 달했다. 학자금 대출이 심각한 연체 단계로 진입하는 전환율은 10.9%로 집계됐다.

크레딧카드 부채는 1조2,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연말 샤핑시즌 종료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250억달러 줄었지만, 전년 대비로는 700억달러(5.9%) 증가했다. 90일 이상 연체율은 7.10%로 높은 수준이다.

뉴욕 연은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자동차 대출 등 동시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다중 채무 부실 현상을 위험 요소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견조한 고용 시장 덕분에 가계 전반의 재무 상태는 안정적이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저소득층의 가용 소득이 압박받고 있다”며 소득수준에 따른 ‘K자형’ 격차가 향후 주요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자형 격차는 경기 침체 후 회복 과정에서 계층 간의 회복 속도와 방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을 의미한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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