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세대 80%, 가족 금전지원
▶ 저축액은 턱없이 부족 현실
▶ 부모 60% “주택자금 보탤 것”
▶ ‘생애 첫 구매 지원제도’ 활용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택 가격과 6%를 상회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청년 세대들에게 ‘가족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인 Z세대의 경우 부모나 친지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며 주택 시장 내 세대 간 격차가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
3일 금융플랫폼 기업 렌딩트리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중 Z세대(1997년~2012년생)의 80%가 집을 살 때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56%, 베이비부머 세대의 12%와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이고 높은 수치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가족의 지원 없이는 구매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경우 44%가 이러한 지원을 필수적이라고 응답해, 주택 마련의 장벽이 성별과 무관하게 높음을 시사했다.
Z세대가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은 가히 최악이라 불릴 만하다. 소득 성장률보다 두 배나 빠르게 치솟는 집값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의 금융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고뱅킹레이츠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6%는 저축액이 1,000달러 이하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것뿐이다. 렌딩트리 조사에서 Z세대의 27%는 부모에게, 또 다른 27%는 부모 외 친척이나 친구에게 계약금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제 주택 마련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가족의 재력이 결합된 연대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2025년 기준 미국 내 중간값 주택 계약금은 3만4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비싼 동북부 지역은 이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 세대의 인식도 변했다. 재향군인연합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약 60%가 자녀의 주택 구입을 위해 계약금, 클로징 비용, 가구 구입비 등을 지원했거나 지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크리스 버크 재향군인연합 부사장은 “초기 비용이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부모들이 자녀의 주택 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Z세대에게 양날의 검이다. 렌딩트리 조사 대상 Z세대 중 21%는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택 소유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존심을 굽혀야 하는 청년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전체 응답자의 68%, Z세대의 61%가 여전히 “가족의 부 없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된 노동과 꾸준한 저축을 통한 자수성가의 가치를 믿는 이들이 여전히 대다수다.
물론 현실은 통계가 보여주듯 가혹하다. 그러나 ‘부모 찬스’가 없는 이들을 위한 대안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생애 첫 구매자를 위한 2,000개 이상의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보조금, 대출 지원, 세금 감면 혜택 등이 포함된다. 결국 지금의 주택 시장은 단순히 ‘금수저’만이 살아남는 곳이 아니라, 정보력과 끈기,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복합적인 전쟁터가 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시장에서는 공공 지원을 적극 활용하되, 가족의 도움을 받더라도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세워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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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