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단상] 아부다비의 아들
2026-04-17 (금) 12:00:00
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 회원
미국, 이스라엘 연합국과 이란과의 전쟁은 예상보다 더 길게 진행되고 있다. 삼, 사주 정도면 끝날 것이란 전쟁 초기의 예측과는 다른 양상이다. 연일 전해지는 전쟁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닐 때 방공훈련 했던 일이 떠 올랐다. 수업 중에라도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학교 내 모든 수업은 중단되고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모였다.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뒷산으로 급히 몸을 피하는 훈련이었다. 영문도 잘 모른 채 산으로 달리던 우리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어떤 여학생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후 재학 중에 교련이라는 과목으로 군사 훈련은 계속되었다. 올해는 육이오 전쟁이 휴전된 지 76년째이다. 아직도 조국의 남북 간에는 철책선이 길을 막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 온 후로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난 듯했다. 안전한 나라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핵공학을 전공한 막내아들이 가진 첫 직장은 뉴멕시코 Albuquerque(앨버커키)에 있는 샌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였다. 이곳에서 여러 해 근무한 아들은 아랍에미리트 정부 초청으로 아부다비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멀리 떠나는 아들이 안쓰러웠지만 밝은 모습으로 가방을 들고 떠나는 막내가 대견스러웠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서방과 친근한 나라이고 더구나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곳에는 미군이 사용하는 공군 기지가 있고 아부다비 근교에는 대한민국의 중거리 요격 체계 ‘천국-II’가 배치된 곳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사이를 가르고 있는 바다가 바로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이다. 이곳에서 남쪽에 있는 오만만으로 향하는 좁은 바다가 호르무즈 해협이다. 불과 21마일의 좁은 해협 사이로 수많은 석유, 가스 수송선이 매일 통과하고 있다.
이 작고 평화로운 나라에 전쟁의 포탄이 날아들 것이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합군과 이란과의 전쟁으로 아랍 에미리트는 전쟁터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었고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아부다비의 하늘에도 미사일과 드론이 연일 날아들었다. 아들에게 속히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연락했다. 그러나 아들은 신중했다. “아직 이곳은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게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임감 강했던 그는 직장을 버리고 나오기가 힘든 것 같았다. 전쟁이 없는 나라, 싸움이 없는 유토피아 세계는 어디일까? 영국의 저명한 군사 연구자 마이클 하워드(Michael Howard, 1922?2019)는 그의 저서《전쟁의 발달(The Invention of Peace and the Reinvention of War)》이라는 책에서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세대는 없었다”라고 기술한 한 바 있다. 막내아들이 이 시간에도 근무하는 곳, 서쪽 아부다비의 하늘로 기울어지는 태양을 바라본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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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