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천적 복수국적법’ 9번째 헌법소원 접수됐다

2026-04-08 (수) 07:50:24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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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친 사망으로 국적이탈 위한 출생신고 불가능 한인 2세 청구

▶ 주미대사관 등 재외공관의 잘못된 영문 국적법 안내도 지적

‘선천적 복수국적법’ 9번째 헌법소원 접수됐다

전종준 변호사가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서 받은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

선천적복수국적법 개정을 위한 제9차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한인 2세 아이린 영선 홍(15세, 뉴욕주 거주)양은 현행 국적법의 국적이탈신고 및 국적선택명령 조항이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 국적이탈의 자유, 자기 책임의 원리, 평등의 원칙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소원(2026 헌마1032)을 지난 2일(한국시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홍 양은 미국 출생 당시 어머니는 미국 시민권자, 아버지는 영주권자였기에 한국 국적법상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됐다. 현행 국적이탈제도는 여성의 경우 만 22세 이전에 국적이탈을 할 수 있게 했으나 국적이탈 신고시 부모의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선행절차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홍 양은 어머니가 이미 사망해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13년째 매달려 온 전종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한인 2세 여성의 미 시민권자인 어머니가 사망해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최초의 사례”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적법 시행규칙 조항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는 해외 출생 여성이 만 22세까지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한국국적이 자동 상실되었으나, 2010년 개정법에 의해 ‘국적자동상실제’가 폐지되고, ‘국적선택명령제’가 도입됨으로써 국적선택명령을 받은 뒤 1년 안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 그러나 이번 홍 양과 같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을 파악할 제도적 방법이 없기에 국적자동상실이 불가능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복수국적자가 돼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는 앞으로 미 공직 및 공직 진출에 장애물이 됨은 물론 복수국적의 대물림까지 이어지게 된다.


지난 2020년에 소위 홍준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승소를 주도한 전종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2020년 일부 결정에서 ‘출생신고는 부모의 의무’라며 국적이탈신고 관련 시행규칙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 헌법소원으로 부 또는 모의 사망, 이혼 등의 사유로 출생신고가 사실상 불가능해 국적이탈을 할 수 없는 경우를 통해 위헌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에서는 적법절차의 위반 사례로 재외공관의 잘못된 영문 국적법 안내로 인한 오인 유발과 실효성 없는 국적선택명령제도의 심각성 등도 정부의 공문서를 통해 폭로됐다.

주미대사관의 영문 안내에 의하면 여성의 국적선택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인 것처럼 되어있으며, 휴스턴 총영사관의 영문 안내에서는 ‘복수국적 유지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이(복수국적 유지)를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홍보하고 있다.

즉 복수국적 유지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것처럼 오인하게 해 국적선택 및 이탈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청구인인 홍 양처럼 대부분의 해외 이민 출산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주소지 파악이 불가능하기에 법무부 장관이 국적선택명령을 할 수도 없고, 그 결과 대한민국 국적을 자동 상실할 기회가 전면적으로 박탈된다. 이에 법무부는 몇년전 한인 2세들에게 개별적 통보를 하지 못한 사실과 한계를 인정하며 ‘양해’를 구한 바 있으며 이번 헌법소원에 그 공문서가 증거로 제출됐다.

10여년 전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당시 남성 선천적 복수국적자만 약 20만명에 달했었다. 당시에는 병역문제로 인해 남성 집계 중심이었으나 여성의 수 또한 이에 상응할 것으로 볼 경우 미국내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약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종준 변호사는 “실효성 없는 위헌적 법안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법무부와 국회는 속히 국적자동상실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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